흐득흐득
빗방울 들친다.
일기예보 담당자가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한
빗방울의 모양은
동글 납작 오그라붙은 호빵같더니만
확인할 길은 없다
베란다 바닥에 철퍼덕
동전짝만큼씩 내리 갈기는 온 몸뚱이 투항.
짱짱한 기세.
땅이 저항을 해서
모양까지 납작 눌린거라는데
땅도 비도
한 점 양보없는 난투극이라도 벌일 참인가?
하늘은 노랗게 표정 질린 채 묵묵하고.
아서라 말아라 필사적으로 손사래 치는 오동나무.
방충망 너머로 오래 던지던 눈길 접고
괭이
방석 깔고 길게 누워 잠 청한다.
저 마다
제 몫을 감당하는 풍경인데
나는 이만큼서 그저
어깨 너머 아이가 넘기는 그림책을 건너보듯
무심하고 무연하다.
그림책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한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