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심상찮은 바람 불더니

튀어라 콩깍지 2006. 6. 14. 19:14

 

 

 

흐득흐득

빗방울 들친다.

 

일기예보 담당자가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한

빗방울의 모양은

동글 납작 오그라붙은 호빵같더니만

확인할 길은 없다

 

베란다 바닥에 철퍼덕

동전짝만큼씩 내리 갈기는 온 몸뚱이 투항.

짱짱한 기세.

 

땅이 저항을 해서

모양까지 납작 눌린거라는데

땅도 비도

한 점 양보없는 난투극이라도 벌일 참인가?

 

하늘은 노랗게 표정 질린 채 묵묵하고.

아서라 말아라 필사적으로 손사래 치는 오동나무.

 

방충망 너머로 오래 던지던 눈길 접고

괭이

방석 깔고 길게 누워 잠 청한다.

 

저 마다

제 몫을 감당하는 풍경인데

나는 이만큼서 그저

어깨 너머 아이가 넘기는 그림책을 건너보듯

무심하고 무연하다.

 

그림책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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