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일본에선 뭐하고 지내니?
<중략>
동생 **도 잘 살고
내가 업어 키운 **도 잘있니?
아빠
되었겠지?
참 지지리도 못살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시절에
해바라기처럼 목 길게
너의 행복을 지켜 보던 기억이
절절히 떠오르는구나~
보고 잡다~
십 수년 만에
찾은, 내 친구의 쪽지.
가슴 아프다. 저르르..
그래
그랬을 거야
나도 네 생각 많이 했어.
어리고 철 없어서 내가 아무 생각없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기만 하던 것들이
네 몫을 빼앗은 것일 수도 있었다는 거.
몰랐어.
한 번도 찡그리거나 샘난 표정을 짓지 않고 늘 반겨주던 네 모습.
살면서 생각날 때 마다 아팠지. 부끄러웠고.
내 동생.. 니가 업어키웠구나. 생각도 안나는데... 내가 그래.
해바라기처럼 목 길게
네 행복을 지켜보았다는 네 말.
울컥 눈물 나.
너나 네 어린 동생들 두고 네 엄마는 나나 내 동생을 업었고
부엌 문에 선, 배 고픈 너나 네 동생들 두고
누룽지 하나라도 뭉치면 꼭 내 손에 쥐어주시던 네 어머니.
그때 맘이 어떠셨을 지
이제야 헤아려져.
도시 여고를 다니던 때
집에 다니러 가면 네집부터 달려가던 것도
그저 네가 보고싶다는 생각밖엔,
학교도 못가고 완행 정류장, 표 끊는 네 생각은 못했어.
그 때
그 작은 손거울과 빗.
어느 해 방학 때, 집에 내려간 내게 꿈꾸는 목소리로 네가 그랬지.
그거 갖는 게 소원이라고.
뒷통수를 둔기로 얻어맞고
정신이 나간 느낌이었어.
당장에라도 열개는 사 가질 수 있었던 내겐 네 말...솔직히 충격이었거든.
네가 읽었으면 좋을 책 따위랑, 손거울 사들고
너희집에 가는 길은 무거운 침묵의 길이었지.
그 말
사촌동생에게서도 들었어.
언니는 뭐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자랐잖아.
나는 그런 언니 보면서 그저 부러워했을 뿐이야.
할머님이 나이 들어서도 그저, 언니, 언니밖에 모르신다며
볼 멘 소리 끝에 딸려나온 쇳소리였지.
다 양보하고, 심지어 나를 받들어모시기까지 한(?) 너는 내게
단 한 번도 심통스런 표정조차 지어보이지 않았는데
그래도 거두고 살폈던 사촌애가 그러더라. 내게.
맘이 내내 아렸어.
그래. 그랬겠다.. 하면서..
몰랐지. 몰랐어. 어리기도 했지만 알 필요가 없었던 거야.
나는 누리는 쪽이었으니까.
그런데 있지.. 알려고 하지 않은 게 큰 잘못이더라.
나는 그저
내게 남는 여분의 한 귀퉁이.
맘 내키면 조금씩 떼어 나누는 걸로
자기 만족에 겨워하는 철딱서니였을 뿐이었지.
꿈 꾸는 연습만 하면 되었던 때잖아.
늘 보고싶었고
생각날 때마다 오래 아팠어
너나 사촌애의 아픔이 전이되기까지
사십여년이 필요했던가 몰라.
나이 들어 다 늙으셔서도 오다가다 나를 만나면
수줍은 듯 어려워하시던 네 어머니
... 이제 돌아가셨구나.
그래
보고싶다. 여전히.
무섭기도 해.
아직 해바라기 하고 있을까봐.
목 길게 늘이고...
그만..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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