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돌아오기도 전에
예약된 일정
작년엔
조총련과 함께 공동 축제를 펼쳤던 곳에서
올해는
민단만 조촐히 치룬 기념식.
불편한 자리는 애시당초 섞이고 싶지않은 까탈로 미리서부터 성가시지만
군말 없이 끄덕거리고 나갔더니 역시 불편.
샹데리아 휘황한 식장 안에 들어가면서 옆지기는 인사 챙기느라 휑하니 사라지고
아는 사람 없는 나는 머쓱. 어디에 앉아야하나 멀뚱멀뚱.
안면 있는 부인회원을 한사람 만나서 옳다구나 옆에 앉았더니만
아니나다를까 여늬때와 마찬가지로 집게로 뽑아내듯 뽑혀져서 내빈 상석으로 모셔지니(?)
아니, 저는 이 자리가 좋습니다. 그냥 여기 있겠습니다. 있게 해주세요. 사래를 쳐봐도
사모님이어서 안된다는걸뭐,
(오메! 사모님!!)
암만해도 익숙해지지 않은 호칭.
내 기질은 마님보다는 향단이 체질(?)인가 몰라. 에효!
것도 그럴 게, 어떤 행사든지
뒷치닥으로 정신없이 설치는 게 여태까지의 내 몫이었는걸뭐.
그 편이 행복했어,
피곤해 쓰러지기 직전으로 날뛰는 쪽이, 모셔짐을 당하는 고문(?)보다 백 배 낫지뭘.
얇긴해도 두겹 겹쳐 입은 윗웃을 뚫고 자꾸 한기가 내리는 건
에어컨 드센 탓만은 아닐 듯.
기념식 후엔 호텔에서 준비한 소박한 도시락.
작은 컵에 따른 맥주 한잔으로 건배하고
가라오케 대회를 한대여.
첫 줄전자는 여든 셋 할머니.
그 다음 출연자도 대체로 할머니 할아버지.
어떤 자리든
할머니 파워(?)와 거침없음을 보면서 줄줄이 꿰어지는 여러 생각.
왜 일본할머니들은 저리도 당당하고 적극적일까?
왜 한국할머니들은 그리도 체면이니 주책스럽다는 껍질을 두텁게 만들고 스스로를 옭죌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은가?를 헤아려본다
(내 맘대로 되나뭐.. 벌써 두터워진 껍데기)
하!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운권에 당첨되는 사태..!! ㅎㅎ
보물찾기 한번도 못해본.. 거저 주어지는 행운과는 당최 인연이 없는 내 손에
거저 생긴 누비 카페트.
뭘 또 값으로 치루게되려나?? 오히려 불안해지는 소심공포증.
저녁엔 최교수님댁.
100만명이 넘는 구경꾼이 몰린다는 해협의 불꽃놀이
교수님 댁 베란다에선 곧장 내다보인다면서 부르셨다니.
사람 많은 곳 질색인, 내 성깔로는 애시당초 나가볼 생각도 안했더니만...
오늘 운세는
사람들 속에 앉아있어라는 북새통 운세라도 나와있는 건지 모르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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