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담박에 매미 울음은 사그라들고
거짓말처럼..
팔의 상처는 아물었지만.(아물었다고 보이지만)
속은 아직 난리 속이어서 병원 갈 때마다 의사선생님이 다시 헤집어놓기 때문에
내일 또 주먹잽이처럼 붕대를 감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게을렀습니다.
혼자 속으로는 바빴습니다. 이런저런..
(2)
자주 다녀가신 여러 이웃님들 감사합니다. 꾸뻑!
쥐죽어 엎어져 있던 거... 게으름 탓입니다.
변덕의 변죽 정도로 봐주세요.
나무 풀숲에 꽁꽁 숨어서 몇날 몇일을 탤탤 굶고
달달달 떨고있는 깜이를 아들넘이 데려왔습니다
씻겨서 밥부터 먹이고 쓸고 닦고 안아주고 얼러도
며칠 간은 근신하는지 울음소리도 안내고 무연히 앉아만 있더니
다시 낱낱해졌습니다
깜이넘
새벽이면 가출하고
날 어두워지면 아파트 복도에서 악씁니다.
니야오, 캬오!! 나 좀 찾아서 데려가!
똑같이 생긴 집들이 다 문닫아 걸고 있으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잖아.
배고프고 목 말라. 나 좀 데려가라니까. 냐옹. 니야옹
목청 높인다니까요. 허허참. 짜식!
이젠 괭이넘도 출,퇴근을 하려나봐요. 어이가 없네요.
하면서도
아침에 빼꼼 열린 내 작업실 창문 보고서 뛰어 들어온 아들넘.
엄마 깜이 벽장 속에 있는지 확인 좀 해보시라 호들갑하다가
없구나. 대답 듣고 어두워진 얼굴로 나갔으니
어쨌든 찾아다 놓아야 내 아들이 반색할 겝니다. 어이구, 저 녀석.
아침, 낮.. 시시때때 주변 돌며 찾아도 꼴도 안뵈던 녀석.
나 여기있다. 나 좀 데려가라. 때악거리다니. 고얀넘.
(3)
따뜻하게 구워진 식빵 냄새..갑자기 생각 나서
빵틀 꺼내 닦고 소금, 이스트, 달걀, 버터... 아, 밀가루!
그런데 케익용 박력분 뿐입니다.
식빵은 강력분이어야 하는데..
같은 종류의, 겉 모습 같아보이는 밀가루지만 서로 용도가 분명해서
눈속임을 하려하면 안된다는 것. 익히 알지요.
쓰라는 강력분 대신 살짝 박력분으로 반죽을 하면 고소한 냄새까지 영낙없이 닮아있는데도
꺼내고 보면 납작한 개떡 되어있기 일쑤거든요.
사람도 딱 그 모양.
어거지를 부리면 되어져 나온 게 개떡(?)일테지요.
(아들...생각대로 하렴.)
들어가는 재료 종류도 비슷한데 그냥 케익을 구울까?
거품 만들기 귀찮은데??
그래도 식빵 반죽 발효되기 기다리는 것 보단 훨씬 빠르지뭐. 머리를 굴립니다
달걀 거품 돌립니다.
비슷한 재료지만 분량과 과정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모양으로 결정되는 거.
사람도 꼭 그렇지요.
식빵이 케익 흉내를 내거나 케익이 식빵 되려하면 이도저도 아닌 맛이 될테니
버려지기 쉽상일테죠.
생긴대로 충실할 일입니다.
(4)
딸... 어려운 콩쿨에서 입상했답니다. 동메달. (헐,헐,헐)
외할아버지 말씀이 첫째 아니면 죄다 꼴찌와 한가지라시더라만... 쩝!
칭찬에 인색한 팥쥐어멈의 본색대로
너보다 잘한 애가 두 명이나 있잖아.고 말했지요. ㅎㅎ
어거지. 어거지...
피아노 선생님은 암이 깊어지시나 봐요.
그 몸으로 렛슨이라니..
딸애 잠자는 시간까지 간섭하면서 연습을 시키시는 모양인데
감사도 감사지만 걱정이 갑절이지요.
나보다 더 엄마같은 분인데...
애가 너무 마지메해서(성실) 지나치게 예의 바르고..그러잖아요
그러니 집에 오면 지쳐 떨어져요.
애 답게 실수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우리 딸이 그렇다네요. 피곤하게 살려고 글쎄...
그냥 철딱서니 없이 마음 퍽퍽 내려놓고 살지않고...
마음 편안할 것!
사소한 걸림돌에 채여 넘어짐을 겁내거나 부끄러워 말 것!
몇 번이고 다시 넘어져도 좋음.
넘어지거든 곧장 일어나 딴청피우려 말고 충분히 아파할 것.
아픔에 대한 예의...
그러나 아픔에도 겸손할 것..
그런 후엔 지금보다 담담하고 짱짱할 것!
(...라고 매양 을러대니 애가 그 모냥이지요.
작정하고 아주 애늙은이를 만들어요. 만들어...
반성!
반성!!)
(5)
컴퓨터 제어판 검색하여 얼추 씻어 냈는데도
악성 코드 잡아준다는 악성 코드가 끈질기게 뜹니다
제어판 열고 다시 지웠지요. 낱.낱.이...
용용죽겠지...또.. 뜨네요
또.
또...
메롱! 메롱!!
......
몸뚱이 삭제되고도 빈넋으로 남아서 유령되어 떠도는 첨단 기생프로그램.
(으그! 송신 나.)
(6)
어제 그 야단이던 까마귀들도 잠잠하고
날 맑습니다.
바람 끝 선선한 게 가을 복판으로 담박에 뛰어든 듯.
야마구치 가는 길목 논 빛깔도 여물고 있더군요.
이 가을
여물어라. 들판.
여물어라. 사람들
쭉정이는 가라.
고 속으로만 외칩니다.
좋은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