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너무 잘해서(?) 늘 길을 잃는다
중요한 것들을 따로 갈무리한다는 게
중요한 것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어디다 뒀는지 잊어먹는 통에
그 중요한 것들이 꼭 필요할 때 자취를 감추고 통채로 꿩꿔먹은 뒷자리가 되는 게다.
뒤적이다가
대신
어느 날엔가 끄적거린 글들을
옆지기가 일일이 복사해서 묶어준 자료를 찾는다.
내 뒷 감당에는 당최 꼼꼼하질 못해서
어디든 원고 내고나면 그 뿐.
나는 간수를 못한다.
미아가 된 글은 헤매임도 없이 산화? 글쎄다..
딸애의 연주회 팜플렛에 들어갈 프로필을 인쇄소에서 묻는데
뭣이라고요? 프로필요?? 버벅거리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더구나 콩쿨이나 연주회의 그 현란하고 예술적인 명칭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
내 전시회 팜플렛 하나 보관하는 게 없으니
그 숱한 갤러리 이름과 그룹전 이름과 때를 일일이 기억해내는 것도 불가하려니와
경력. 뭐 이런 거 써내라하면 아득하다.
전시회 참여가 언제적부터의 얘기인가? 삼십년도 넘었구만은...
더구나 증빙 서류 첨부라면... 아이고!
이름 석자 달랑 쓰면 종치고 말지뭐.
사실 이름 석자면 나로서는 다인 듯 싶은데..
길고 긴 서술이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 함시로...
일상이 오직 즉흥에만 닿아있기 때문인가?
아마도 여전히 나를 주워담지 못하고(않고)
풀어둔 채로 살 것 같다.
(사실은 주울 게 없는 건가?)
가끔 나보다 찬찬한 옆지기가 이렇게 스테플러(stapler)로 야물게 박아둔 나를 줍는 것도
때 아닌 횡재(?)다.
옆지기도 놓친 건 영원히 바이바이~다. 훌쩍!
찾던 자료는 여직 오리궁둥이인데 대신 찾은 묵은 자료 들고 입 벌어진다.
바.보.가 따로 없다.
냅둬라. 생긴대로 살자.
슬렁슬렁 워드 찍어서 컴퓨터 안에 붙들어둘까 한다.
감춰둔 <산문>창고가 뚱뚱해지겠지?. 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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