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어질어질

튀어라 콩깍지 2006. 10. 15. 02:17

꿈자리가 사나워서 아침잠을 깼어.

아침잠은 남들이 말하는 그런 아침잠이 아니라

내게 있어선 거의 메인 휴식과 같잖아.

밤 잠은 그러니까 워밍업이고(사실 꼬박 앉아 새울 때 많거든)...

 

늦도록 컴퓨터에다 찾아 낸 내 묵은 원고를 워드 입력하다가

시살바살 어느 틈에 꼬부라져 잠들었으니

실은 거의 못잔 거지뭐.

 

눈 뜨니 머리가 지끈지끈. 눈 앞이 침침. 고개 들기가 어찌 그리 무거운지

그보다도 기분이 한짐은 더 얹혀 무거웠지만.

 

나는 꿈을 잘 안꿔.

안꾼다기 보다 일어나면서 순간 지워지고 말아.

오죽하면 꿈 속에서 이 꿈 안 잊어먹어야지. 작정을 다 할까.

그래봤자 일어나서 5분도 지나기 전에 삭제되고 말지.

안잊어먹어야지 작정하던 작정만 기억에 남아서 허공에 뜬 문고리처럼 덜렁할 뿐.

 

그런데

내게도 생생하게 잊히지 않는 꿈이 

불탄 기둥에 풀씨 떨어져 싹트는 것 만큼 드물게 한번 씩은 있어

대개는 재수 옴 붙은 꿈일 때가 많아서 결코 반색할 상황은 아니지만.

게다가 그렇게 찜찜한 꿈을 꾸고 난 다음엔

마치 예시라도 되었던 듯 재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니까.

 

딸과 아들 사이에 태어난 또 다른 애를 보낼 때도 몹쓸 꿈에 퍽이나 시달렸지. 

이틀 뒤에 애를 잃었어.

오래비와 연결지어져서 줄줄이 깡통을 차야했을 때도 고넘의 꿈.

1년 쯤 전,

블로그를 처음 알아서 컴퓨터에 하소연을 해대던 때도 실은 무진장 힘들 때였어. 내 딴엔.

낑낑 끙끙.. 죽을둥 살둥 버팅기던 때.

삶의 모퉁이에 잠복하던 고비가 게임 속 두더쥐들처럼 뽀롱! 뽀롱! 아무데서나 마구 튀어올라왔으니까..  

그 때도 식은땀이 좌르륵 흐를만큼의 악몽에 가위 눌리다가 억! 하며 깨어날 때 제법 있었지.

내가 내지른 내 비명에 내가 또 더 깜짝 놀래 잠을 깨던 때.

그런 꿈은 어찌 그리 잊히지도 않는지.

지금도 오싹해. 나를 쫒아오던 그 살 떨리는 사람들.. 아니 귀신들...

 

그런데

숙면에 딱 들기 시작할 아침잠을 그만 꿈에 짓눌리다가 놓쳐버린 게야. 오늘도.

 

어떤 학교.

교장실엔 내가 처리할 일들이 처리되지 않은 채 커다란 가방 안에 방치되어 있고

나는 그 학교 선생님.

아이들을 인솔하여 그날 여행인가 견학인가 좌우간 먼 길 떠나야 할 참.  

행사의 진행은 내 책임.

누군가 내 가방 속 중요한 서류를 묻지도 않고 몽땅 폐기 처분해버려서 망연자실.

아이들을 실은 버스는 떠났는데, 화급을 다투는 또 다른 일이 발목을 잡고...

창 밖은 어둑한 밤 풍경으로 바뀌고.. 속이 아주 빠직빠직 타들었지.

애들은? 진행은? 일은?

안되겠어서 가방에 일감을 꾸역꾸역 구겨넣었어.

하옇든 애들에게도 가고 일도 처리해야했으니 늦더라도 따라가서 밤 잠 안자고 일하려고.

 

유일한 희망은

가방에 일감을 밀어넣고 어두워진 밖을 심난해하며 내다볼 때

누군지.. 따뜻한 사람 하나, 온화한 얼굴로 아이들 찾는 길을 가르쳐준 거.

 

어쨌든 해결 된 건 하나도 없어.

그 깝깝한 길을 나서려다 퍼뜩 일어났는데

 

두통의 정도가 마치 얼굴에 덧씌운 철가면을 다시 볼트로 조여오는 듯 극심.

알약 털어넣고 잠시 누운 새에 깜이는 여지없이 내 발치에 쉬를 하고 낼롱!

 

또 뭔일이 생기려나? 저으기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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