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떡(내 그림)

겨울 눈 나무 숲-기형도

튀어라 콩깍지 2006. 10. 24. 12:51

 

 

 

 

 
'겨울눈 나무숲'
 
 
 
                                              - 기형도
 
 
눈(雪)은
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沈默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假面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向하여
불을 지피었다.
窓너머 숲 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淸潔한 죽음을 確認할 때까지
나는 不在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距離를 두고
그래, 心臟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完璧한 自然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後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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