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황지우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기적(奇蹟) 아녀
Ide Were Were : Deva Premal
날 저문다
찌푸린 표정 한 번도 풀지않은 일기.
부실한 안개비에도 폭삭 젖었다
문어발보다 고집스런 먹빛으로
하늘과 땅은 이미 경계를 뭉갰고
빨판 닮은 가로등이 별로 뜬다
밥 때 저물고 다시 한식경
아직 아이 돌아올 때는 멀고
들여다보지 않는 TV
습성으로 리모컨을 누르면
인기척 자동 감지 인형처럼 화들짝 웃는 MC
그들의 호들갑만 자글자글 끓는다.
여전히 추상인 그들에게
내 빈 저녁의 옆구리를 부린다.
끼고 앉은 쿠션처럼
바닥이 부풀고
벽이 부풀고
천정이 부풀어서
분류기호도 매기지 못한 허기를 더듬고
땜방질 하는 중
보장도 받지 못할 부도수표같은..
화면 너머에선 젊은 여자애들 셋
노천 온천에 들앉아 청주를 홀짝이는데
그 향기 내 코 끝에 어룽질 리 없건만은
섞여 앉은 듯 달큼하게 웃어도 준다
어느날 문득 공중파가 역류할지도 몰라
그 땐 어느 허공 쯤에서
오늘 제조한 미소가 서로 충돌할지도 모르지.
별똥별이 튈지도 몰라
감전을 대비한 상비용 웃음.
잃어버린 통장처럼
일상의 곡류에서 다시 길을 헤맬 때
요긴하게 꺼내썼으면.. 싶어서
화면 벗어나면
꼬부려 앉아, 저리고 아픈 다리의 통증 뿐인데
이렇게 자꾸
길어지는 설명처럼 뿌리 깊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때때로 소스라친다.
실비에 옴팍 젖어 차가워진 이마
짯짯이 닦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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