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밥(시)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 기철

튀어라 콩깍지 2005. 8. 17. 15:57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한길로 님이 뒷뜰에 심고 가신... 상추잎 같은 시

............................................................앞 터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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