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작년 11월 쯤이었을 게다.
아들녀석이 학원 다녀오다가 깜이를 호주머니에 담아안고 들어 온 게.
갑자기 떨어진 수은주로 창문 한 번 열기도 겁나던 추위.
비까지 부슬거리던 날 데려온 병든 새끼 고양이.
것도 시커먼!!!
아이구 맙소사!
꼭 베개 베고 자는 넘..
수건 감아주니 수건 보듬고 엎어져 있는 첫날 모습...왕 꾀죄죄!!
내보내기엔 날씨가 너무 연덕이었고,
안아주기엔 몰골이 참... 험했지.
달아나지도 않고 계속 따라와서 데려왔다는 게 아들녀석의 변명인데
나 보기엔 이녀석이 눈도 못 뜨고 비실거릴만큼 역력한 병세
지가 지금 누굴 따라가는지, 달아나는지도 구분 못하고 정신없이 비척거렸음이 분명해.
아리따야끼 찻잔을 아낌없이 내놓고 우유 따라주니
할금할금 서툴게 핥는데 아닌 게 아니라 불쌍타.
이미 내 손 안에 들어 온 생명.
내놓으면 그날 못 넘기고 죽을 것만 같으니 어째. 거둬야지.
<아주 지 전용 자리로 찜해놓은 내 발바닥. <가끔은 헤드폰 뒤집어 쓰고
책상다리를 해주면 냉큼 올라앉아 콜콜~! 이렇게 웰빙스러운 잠을...>
아고고,발 저려~~!>
아들녀석은 어려서부터 집 없는 짐승들을 잘 데려와서는 내게 내려놓고 씩 웃으면 그만이었다.
지가 키우는 것도 아니면서... 대책없는 넘!
하는 수 없지뭐. 병아리도 손바닥에 올려서 숫제 안아 키웠는데..
낮은 포복 무릎걸음으로 뚱그작뚱그작 기어와서는 내 옆구리에 부리 박고 잠드는 것도 참아주고,
덜 식은 후라이팬에 올라가서 따땃하게 찜질을 즐기는 것까지 참아줘야했는걸.
라면이라도 한 번 끓이면, 먼저 입맛 다시려는 병아리와 뺏기지 않으려는 생존권 투쟁에 돌입하는 사태.
그래도 생전 처음 꼬끼요오~~!! 홰를 치고 울 땐 감격스럽기도 하더라니.
그 시간이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참이었다 해도...
오져서 꺼뻑 반겼더니만 요놈의 닭이 글쎄. 한밤중이건, 대낮이건 마구 홰를 쳐서 자주 난감했지만..
마당 없는 집에서 내놓을 곳이 없으니 다 자란 닭하고 같은 방에서 몇달을 살았나 몰라. 아들넘 덕에.
그런데 또냐?
이번엔 깜장 괭이냐? 아이구!! 짭짭!!
<기분이 괜찮은 날엔 <옆지기가 사온 괭이 장난감.
베란다 꽃을 헤집으며 노는 날> 방울 달린 생쥐...무지하게 시끄러워 압수 당함>
나도 동물들의 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살아있는 목숨 좋아하는 데는 뒤지지 않지만
아들녀석은 참. 참. 참...(쩝!)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애완 동물 금지!!! 못 박아놓은 데다가
정들면 귀국할 때 또 난감하잖아. 옹색한 변명도 안통하고,
데리고 나가기도 복잡하고 떼놓고 가려면 맘 아플 거고.
안해도 되는 이별이면 피하고 싶지. 당연히... 절반은 진심이지만
해도,
이미 데려왔으니 어쩌나?
우선 씻기고, 감기 걸릴까봐 드라이로 말리고..
<요렇게 따독거려 재우고..>
날 밝으니 병원부터 데려가고,
아니나다를까 병명이 복잡하더구만.
괭이 기관지염, 또 뭔 눈병, 그리고.. 뭐라더라?
약봉지만 서너 개 타와서 씻기고, 눈약 넣고, 알약 먹이고... 병원 데리고 다니고..
둥지, 사료, 모래통, 벌레 쫒는 목걸이, 밥그릇, 물그릇, 바닥에 깔아 줄 방석까지 골고루 갖춰주고도 며칠 간은 내내 찜찜했는데
이녀석이 꼭 내 잠자는 이불 발치에 실례까지...
<감히 내 아들이 내게 사준 <혼자 두고 외출했다 돌아온 날
빨간괭이 쿠션을 질투하다니!! 분풀이를 문짝에다 했다.
아주 지근지근 밟고 다님> 혼자 있는 거 싫단 말이야!! 찍!!
날마다 이불 빨래를 하면서도 가엾어서 어쩌지 못하고 내 어깨에 뉘여 재우면서 키운 게
이제 거의 1년인가?
울지도, 뛰지도, 먹지도 못하던 녀석이
시끄럽게 소리높여 울고, 땡깡 놓고, 날뛰다가 앙당거리면서 발 뒷꿈치를 물거나 손가락을 질근거린다.
날 잡아봐라. 뱅뱅 돌면서 숨바꼭질도 한다.
<가장 만만한 친구 - 아들> <장난하는 척 팔 감싸고 그대로 콜콜하기 직전>
<홍야 홍야. 꿈 속을 부유하는 두 녀석!!! <허.허.참! 어이 없어라
감히 내 아들 정수리를 배로 뭉개면서.. 그러지 마. 아홍! 나는 따뜻하기만 하당!! 홍! 홍!>
산책길에서 처음 본 길고양이에게 무단히 격분하면서 내 팔을 물어뜯고 가출도 했다.
상처 깊어서 꼬박 한달은 병원을 들락거렸나보다.
콧구멍에 바람들면 못잡는다더니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한가진가보다.
창문 열고 가출하는 건 시시때때 다반사다. 이젠.
말썽꾸러기.
<그림 그리려 정물 배치하니 <잠깐 눈을 돌리고 있는 새에
어느틈에 다가와 온통 넘어뜨리면서 끼얏호!! 끼얏호!! 웬 떡이냐?? 이렇게 신날 수가!!!
--- 결국 그림은 포기 ㅠㅠ!!> 얏호호!!!!!>-밤 새 풀었다 ㅠㅠ
지금 내 발치깨에서 자다가 '내 말해?' 눈떠보고, 다시 자다가 '아직도 흉봐?' 고개 들어보고,
가끔 일어나서 콧등을 내 뺨에 문질러도 보면서... '기왕이면 이쁘다 말해줘.'
눈 마주치고 웃어주면 안심한 듯 다시 잠든다. 짜식.
<그러니까... 베고 자는 건 내 베개 <가끔은 내 아들 잠자리를 먼저 차지하기도...>
밤중에 잠 깨면
나랑 늘 한 베개를 베고 잠들어 있는 녀석>
<깜이가 가장 즐기는 프로.. 동물의 왕국
<야단 듣는 깜이>
<안보여서 찾으면, 싱크대 아래서 삐죽!.. <또 쌀 통 열고 손 집어넣다 들켜서
왜 나 여깄는데? 찾았니? 헤헤 혼 날 것 같으니 삐짐..
나. 장난 째끔밖에 안쳤어. 아주 째끔. 냉큼 드러누워 시위 중-혼내지 말라니까.>
냄비 엎고, 쌀통 열고, 밀가루 봉지를 뜯었지 헤헤
겨우 그뿐인데 뭘...아 참, 세재도 쏟았다. 헤~!>
<흩어진 쌀알... 드디어 혼남.. <정말 달래주지 않을 거야? 훌쩍!
내 야단은 들은 척도 않지만 옆지기에겐 바로 깨갱! 빨간 사탕으로도 안돼!
납작해져서 가능한 불쌍한 소리를 끼잉낑~! (어? 정말 쳐다도 안보네??)>
불쌍치도 않니? 봐줘라 끼잉~!>


<의기소침-반성 중 <2분도 지나기 전
수틀 속에 들어가서 웅크린 채> 반성은 무슨 반성? 헹!
낮잠 삼매경이닷!! 발라당
건강하렴. 우리 깜이.
하나만 부탁하자(부탁을 빙자한 명령 및 하소연임을 명심할 것!)
싱크대에 서있을 때 발목 좀 물지 마라. 짜샤!
글고 어째 꼭 밥 먹으려고 식탁에 앉기만하면 손톱 세워서 무릎을 찍어대냐. 이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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