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이녀석
쫑쫑쫑 걸어오더니
거침없이 무릎 위로 달랑 올라앉는다.
동그랗게 몸을 감고서 척 늘어져 눈을 감는다.
얼씨구! 이 연덕!!
매끈하고 윤기 좌르르한 배를 쓸어내리니
귀찮다며 뒷발질을 한다.
- 끼잉.. 나 건드리지 말고 냅둬.
밀어내면서도 눈도 안뜬다.
만사 귀찮다는 투.
내려다보다가 허.허이 참 나.
실소한다.
바닥 차가워지니
슬슬 따뜻한 자리를 찾는 게다. 깜이 이 녀석.
양 손으로 가만 감싸준다.
흠냐냐!!
혀끝으로 내 손등을 싹싹 핥는다.
고양이 혀는 정말 까끌하다.
무수한 돌기.
살갗 벗겨질라. ㅎㅎ
슬슬 발목이 저리는데
꼬라지 부릴까봐(??) 참고 앉았다. 별 일이다. 끄응.
테레비에선
낮 동안 진품 명품 골동품 가려내기를 방영하고
이번 주도 어김없이 조선 백자가 품목 안에 들어있다.
속이 아프다.
대체 얼마나 많은 골동품들이 일본에 건너와서 벽장 속에 묻혀 있다는 건지..
매주 일요일이면 한 두가지씩 진가를 감정 받으려는 물품 안에 섞여 있다.
아주 친절하게도 조선 도자기의 양식과 흐름, 쇠퇴에 대해 한동안 보충 방영이 계속된다.
투덜투덜
아들은 "엄마 지금 보여주는 건 한국에 있는 도자기 들이라"고 나를 따독이고..
지켜내지 못한 사람들은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는가 모르지. 투덜쭝얼.
<진품 명품 가려내기> 방송 후에 이어지는 프로는
런던 필하모니 연주 실황.
정명훈이 지휘한다.
통제된 춤사위와 팽만한 힘
유려하면서 절도있는 지휘가 아름답다.
피아노와 쇼팽을 협연한 후엔 오케스트라의 연주.
<말러> 교향곡이다.
아주 소란스럽게 들었던 첫 느낌이 아직도 말러에게 따라붙어서 음량을 줄이고는 푸실푸실 웃는다.
첫 인상이 편견에 직결되는 오류.
깜이녀석.
잠꼬대 한다. 꼬르륵 꼬르륵 여리고 약한 울음으로..
허.참.
이 녀석.
다리 아프다 고만 인나!
벌쭘.
눈 한 번 떠보더니 헹! 어림도 없다. 도로 눈감다가
배를 간지르는 내 손등을 크앙! 물어놓는다.
고연넘!
에고고,
다리 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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