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밝을 땐 진드건히 방에 잘도 앉아있는 아들넘이
캄캄해진 다음이면 꼭 한 번 씩 외출(?)을 하신다.
일단, 냉장고를 점검하면 발동이 걸렸다는 말이렷다.
꼭 냉장고 안에는 없는 쥬스라거나 우유 따위를 사러간다면서
밤 산책을 한번 씩 나가는데 까짖 거 바람이라도 쐬고 싶나보다 생각하면 그만일 일이
훌쩍 빠져나간 후, 시작되는 깜이의 난동을 보면
아이쿠! 못나가게 할 걸. 괜히 내보냈네. 후회막급이다.
애녀석이 나간 직후부터 우두두 현관문으로 쫒아 달려가서는
낼 수 있는 한 가장 큰소리로 끼양, 니양, 우왕!!
'에구구 약 올라. 날 두고 혼자 나가다니 에구구!!'
뭔 재주로 현관 문을 열겠답시고, 손잡이를 향해 펄쩍 뛰다가 문설주 붙들고 기어오르다가,
육중한 쇳덩이 문에 헤딩하고 떨어지는 일도 쌨다.
내 작업실 창문도 박박 긁으며 열어보려 서대고
작은방 창문이며 베란다 모기장이며 박박박 긁어대면서
미친듯이 이방 저방을 쓸어대는 것도
왜 날 데려가지 않고 너만 나가느냐는 항의에 다름 아니다.
나가려는 기색은 지가 먼저 알아채고 현관문 앞에 달려가 지키므로
눈가림하느라 늘상 내가 깜이를 안고 따둑따둑 얼러줘야 하는데
고로롱고로롱 좋다는 소리를 홍알거리면서도 고개는 줄창 현관 문쪽에 두다가
문 닫히는 소리 들리면 내 손을 벗어나서 저 야단을 치는 게다.
짠하고 안쓰러우면 하는 수 없이, 아들넘 얼뚱애기였을 적에 그랬던 것처럼
거실이며 복도를 얼쩡얼쩡 안고 다니면서 왔다갔다 달래줘야 한다.(허허참)
그럴 때만 조용하다.
내려놓으면 끼앙, 으왕, 니양... 또 야단법썩.
'니가 나를 붙들고 있는 바람에 못따라 나갔잖아.'에 생각이 미치면 그때부턴 내 발등을 물려한다.
애녀석 들어오는 소리...
.......깜이. 우다다다 달려나가서 작고 요염하며 한옥타브 높인 목소리로 "니야~!"한다.
(아이고메! 저 여우살스러운 괭이 좀 봐!)
그렇게 애교를 떨어대면 맘 약한 아들녀석이 번쩍 안아들고 산책 데리고 나가기도 한다.
그걸 노리는 게다. 저 꼬랑지 아홈 달린 여우같은 괭이가..
그러니 꼭 아들녀석 발뒤꿈치를 졸졸 따라엉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공부하려고 펴둔 책상 위 책에다 지넘 머리 한쪽을 올려두거나
책장 위에서 내려다보거나.가 아들 방에 들어간 이후의 깜이 고정 자리다.
어이가 없다 정말.
밤중에 작업하다 나와서 들여다보면
내 유전자만 고스란히 물려받았음이 분명한 야행성 아들녀석은 그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고
이부자리에서 베개에 머리 얹고 잠든 녀석은 십중 팔구 깜이다.
"오메오메, 저 연덕 좀 보게!" 하면서도
아들이랑 눈 맞추고 비긋비긋 웃고만다.
혹시 어쩌다 아들도 잠들었을 때라면
두녀석 꼬부리고 자는 품새가 얼비슷해서 혼자 웃는다.
웃기는 넘들! 함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