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내 개운치 못함.
그러니까 어제 오후
가보지 않은 온천에 간다길래 혹해서 따라나선 길
언젠가 방송에서도 근사하게 소개되던 곳
잔뜩 기대까지 부풀리고 종달거리며 길 나섰지
온천도 중독이라더니 로텐부로라 불리는 노천온천은
대개 빼어난 경치를 마주할 수 있는 곳
머리 위로 함박눈이라도 쏟아지는 날 조경 잘 된 정원의 따뜻한 온천이라니..
들떠서 쪼로록 따라갔는데
가는 길이
갓길 없는 국도다.
시내에도 걷는 사람 구경 힘든 곳이 일본이라는 동네라서
교외는 말 할 것도 없다.
씻고 찾아도 걷는 사람은 없다.
때문인지 자로 재서 겨우 비껴갈만큼의 폭으로만 만든 듯한 차도.
191호 국도
낮동안의 교통량이 솔찬해서 거의 언제나 줄줄이 줄줄이 차가 이어진다.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길다란 길임에도
마음 답답한 날 선뜻 드라이브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그때문이다.
앞 차 속도에 느려지지 않게끔 열불나게 따라가는 데만 열중해야하므로...
어제도 그렇게 졸졸졸 따라가는데 문득
앞차가 뒤뚱거리는듯 멈칫하더니 휑.. 지나간다.
아이고! 어쩌나? 저게 뭐야?
길 가운데에 고양이 한 마리
다리를 치었는지 걷지 못하고 자꾸 뱅뱅 돈다.
운전하던 옆지기도 당황스러워서 비상등 올리고 주춤주춤.
비칠거리던 고양이
그예 길 가운데 드러눕고만다.
조고만 몸뚱이 아직 살아있는데...
어쩔꼬? 어쩔꼬? 저걸 어쩌면 좋아??
선뜻 차 문 밀고 나가지 못하고 그저 동동동.
옆 차선 차들도 속도를 팍 줄인다.
옆차선을 역주행하다시피 물고 들어가서
비잉 돌아 피해지난다.
돌아보니 뒷차도 엉거주춤 엉거주춤.
멈춰선 차는 없나보다.
유리문 너머에서 제자리를 비척이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드러눕던 모습이
오늘까지 따라붙어서
언짢다.
아마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달아난 내게 대한 짜증이겠지.싶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데려다 치료한 다음엔 어쩔 건데??를 스스로 묻고있었던 것만 같은
내 계산속에 염증이 나는 건가도 모르겠다.
살렸어야 했는데...
대뜸 뛰어내려서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는데...
책임이 귀찮을까봐 비껴가다니.. 돌아가다니.. 피해가다니...
찬바닥에서 더 이상 피하지 못하고
뒤따르던 숱한 차 중의 하나에 목숨을 놓았을 것만 같은
조그맣게 바둥거리던 생명 하나
눈을 밟아대서
시큰시큰 맘 시리고 짠하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