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미리 발싸심한다.
- "**에서 같이 근무한 선배님이랑 술 한잔 걸치고 있습니다."
하면서...
아무 것도 묻지 않았고, 누구랑 같이 있는지가 궁금하지도 않은데..
그런데 어쩔꼬?
나도 눈치가 제법인걸.
필경 내가 잘 아는 △랑 같이 있다는 얘기렷다.
아마도 같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 말아라 주의를 받은 탓일 게다.
너무 술자리가 잦은 거 아니냐면서 어제도 된통 △에게 야단을 쳤기 때문이지뭐.
푸실푸실 웃는다
- "아, 네에~! 그러세요오~!"
길게 말꼬리를 빼면서..
학교만 한 해 늦어져서 그렇지 동갑내기인데다 마나님은 나랑 동창이라서
다른 후배들에게 하듯 허물없이 미주알고주알 티를 잡을 수가 없다.
-" %$!^..."
필요한 얘기를 나눈 다음 전화를 끊고나니
아차차, 잊었구나.
다시 비르르~~!
- "깜박했는데요
실은 ◎ 선배님께 후배들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쫑알거린 게 하필 오늘 아침이네요.
그러니 애길 건네더라도 살살, 살살하세요. 연타로 상처 받으실까 무섭네요."
후배 푸하하 끼들거리더니
- "넵! 살살하겠습니다." 뒷말에다가
- "저도 지금 불편한 선배랑 같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딱 거기로구만.)
작년 요맘 때
교토에 다니러 온 또 다른 후배가 뜬금없이 내게 그랬다.
- "저, 아무 말도 안들었어요. 전혀 아무 것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던 끝에 필요한 부분에서 나온 귀의 결백(?) 주장이었지만
대뜸 알아들었다.
그 후배가 다 듣고, 아는 척 하지마라. 입단속까지 당했다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하길래 심지어 *후배에게서까지 입 봉쇄를 당부 받았구만... 알아들었지뭐.
쿡쿡쿡 그때도 그냥 웃었다.
묻기 전에, 의심 받기 전에, 미리서 발싸심을 해대는 건
일종의 자기 방어 아닌지?
혹시 말이 미끌어져서 자기가 안다는 걸 들통나게될까봐
방풍막을 친다는 게 그만
대문 열고 바람길을 트고 앉았는 꼴을 연출하고 마는
순둥이 후배들.
내 장난스러워진 웃음의 의미를 이미 알아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