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김치 담기 강습

튀어라 콩깍지 2007. 3. 12. 14:22
 

일본은 학교도, 관공서도 4월이 신년 분기의 시작 기점이다.

민단에서의 한국어교실도 그렇다.

해서 여기전기 민단 지부에서 한국어교실 수료식을 한다.

2/3이상 출석자들에게 수료증과 자그마한 선물을 하는데 결석없는 사람들도 상당수인가보다.

시작하면 당연히 지속해서 하는 것. 그게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라고 어떤 선배님이 그러시긴했다.

유전자에 섞여있는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2세 3세도 중도 하차를 많이한다는 얘기.

새겨들을만 하다.

기껏 기획하여 시작한 프로그램도 도중에 보면 일본인만 남아있더라는 아쉬운 한탄일 것이다.

왜 그럴까?

냄비근성은 피 속에 이미 유전자로 존재한다는 말??

따져볼 것도 없이 내가 바로 그렇지뭐.

길게 못하는 것.

싫증나면 돌아보지도 않는 것.

넘어서기보다는 팽개치는 것.

고쳐야 할 악습이다.

 

모지민단에선 수료식을 김치담기로 했다.

수료증을 건네고 나서 곧장 버무리기.

미리 절여둔 배추와 김치 재로들이 매운 냄새를 팡팡 풍기면서 강의실에 늘어서 있다.

강사는 콩깍지. ㅍㅍㅍ(내가 생각해도 웃겨)

 

뜨거운 물을 부어 미리 고춧가루를 불려주세요.

배추는 이렇게 꺾이면 안되는 거여요. 대가 접힐 정도면 잘 절여진 거지요.

생강을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써요.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서 쌀죽을 쑤세요. 요만큼 되직하게요.

무채는 따로 불린 고춧가루에 미리 섞어두시고요. 색깔이 곱게 물들게끔요.

화학조미료 사용하지 마시구요 설탕은 시늉만요. 일본 기무치는 달아서 꽝이어요.

 

엄청 아는 체를 했다.

그런데 실은 내 김치.... 맛 없다. ㅎㅎㅎ

내가 담그고서도 '참 맛탱가리 없네' 한다.

곰곰 생각해보니 잘 담아보겠다는 욕심에 좋은 재료를(?) 너무 많이 넣는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요즘은 그 현란한 재료를 슬금슬금 빼버린다.

간단하게. 되도록 심플하게.

없으면 소금과 고춧가루만 뿌린다 생각할만큼 여타 등등의 재료를 생략하고나니

겨우 김치가 김치다운 맛을 찾아가는 것 같다(???)

결국 욕심이었군,

하면서

실은 아직도 먹고있는 김치는

친구가 텀턱스럽게 박스 가득 부쳐준 김장김치다.

허벌 맛있다.

시원하고 개운하고 빛깔도 곱고...

김치 잘 안먹는 아들넘도 자주 찾는 걸보니 

잘 안먹는 원인이 바로 내 맛탱가리 없는 솜씨 탓이었다는 말인데.... 훌쩍!

 

김치 강습(?)이 끝나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민단장님은 마트로 슈퍼로 잔심부름에 뛰어다니시느라 땀을 뻘뻘 흘리셨다.

좋으신 분. ㅎㅎ

어느 틈에 준비했는지 후식까지 갖춰진 상차림이 푸짐했다.

아, 참 맛있다고 이젠 이렇게 담글 거라고들 한다. (오메! 캥겨라!)

다음엔 찌개도 끓이고 더욱 다양한 한국요리를 하잖다. 그러니까 가르쳐달라는...

ㅎㅎㅎ 한국요리 전문가라도 되는 줄 착각하시나??

(남의집 밥상까지 망쳐놓을 일 있나요??) 차마 말은 못하고 그냥 웃는다.

본토에서 살던 사람은 무조건 정통 본토 전문가인 줄로 아는 사람들.

이걸 어쩐다냐... 앞날이 캄캄하다.

(닥치는대로 해결하지뭐.)

 

강사료는 생크림에 버무린 생과일로 속을 채운 롤케 하나에다가

왁자하게 활기있고 친절한 사람들과의 따뜻한 한 때를 얹어 먹은

고추장 얹어 비빈 나물 비빔밥과 미역국, 후식으로 나온 때 아닌 동지죽.. ㅎㅎ

 

요 며칠

거기서 담은 김치를 상에 올린다.

맛있단다. ㅎㅎㅎ

(내 입맛엔 이번에도 역시다.  쪼끔 나은가?? 친구네 김장김치가 열배는 맛있다)

올해는 날 잡아서 친구에게 김치 담그는 걸 배우러 가야할까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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