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를 갔다.
이름하여 초청 가수(?)로... 푸푸풋!
---죽 쒔다. 깰꼬닥!
핏줄들이 일제히 달음박질을 쳤다.
발뒤꿈치까지 뜨끔해졌을 게다 아마.
제 정신을 쪼매만 차리고 골고루 느낄 수 있었을텐데 행인지 불행이지 정신을 못차렸다.
그저 내빼고만 싶더라. (크!)
노래를 해주십사. 고 선배님이 부르셨다.
못해요. 튕길만큼 만만하지 않은 분이시다.
쪼끔 제멋대로인 사람이라면 암만 선배라도 못함다! 어림 없지요. 두 말도 못꺼내게 삐딱선을 탔을텐데
이 분은 너그럽고 성실하시다. 진지하고 매사 열심인 분이다.
꼼짝없이 넵! 했다.
다섯 곡 골라갔는데 반주 기계가 다 준비되어있다더니만
오메! 언제 업데이트를 하고 안한겨?
골라간 곡이 단 한 곡도 없다.
(엇험! 나름대로 신곡을 잘 따라가고 있다는 말??)이었음 좋겠지만서도
10년 전에 나온 곡도 안들어있으니 이 기계가 최소 10년 전에 업데이트 하고 이후로 안했다는 말과 같다.
부랴부랴 제목이 익숙한 곡들을 다시 골라서 맞춰볼 꿈도 못꾸고 객들을 맞은 게다.
뭔 배짱으로 연습도 않고 강의실을 꽉 메운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를 만용을 부렸을꼬?
자리가 부족하여 접이 의자를 계속 들여왔다. 통로도 없이 가득해진 강의실.
어쩔꼬. 가벼운 자리인줄 알았더니 솔찮이 무거운 자리로구만. 어채사쓸꼬...
흠, 흠... 그래도 처음엔 그럴 듯하게 나갔던 것 같다(?? ㅎㅎㅎ)
후와! 소리가 잔잔하게 수런거렸으니까. ㅎㅎ
연습도 안한 것 치고는 그래도 좀 되네?? 으쓱했더니만... 으이구...탄로났다.
2절이 시작될 소절에서 나는 마치는 대목을 뽑았다는 거 아닌가. 크흐~! 못살아 못살아.
당황해서 두번째 곡부터는 맞앗는지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시작과 끝만 맞으면 좌우간 맞은 걸로 쳐.
강연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사무실로 튀었다.
커다란 꽃다발까지 받고서.
"아유 감동했어요" 예의바른 어떤 아주머니가 인사를 했다.
겉으론 "고맙습니다."
(속으론 '아주 확인 사살을 하시는군요. ㅠㅠ')
다시 겉으로 "다음에 다시 하게되면 잘할께요..." ㅍㅍ
다음에 다시?? 꿈도 거창하다. 어이구!
강의는 오무타(小牟)민단장님이 맡으셨다.
<재일한국인 인권>에 대하여.
조금 전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함께 나눠먹을 때까지만해도
부인을 차암 자상하게 챙기시는, 본인도 기운 빠져뵈는 할배이시더니만
아이구, 그 카랑한 목소리. 마이크도 없이 또박또박 강단지게 엮어내는 말 솜씨, 게다가 조목조목 읊으시는 갖가지 통계 자료와 불합리한 법적 근거 조항들,
65년을 재일한국인으로 살아오며 체험한 차별과 거기에 맞선 과정을 넘을 땐 속이 뜨거웠다.
손수건 들어올리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참석자는 거의가 일본인.
숙연, 엄숙, 경건...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직접 뼈 속에 새기고 사는 사람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구체가 아닌 추상으로서 이해하려 애를 쓸 뿐.
그래도 국적을 지키는 사람들.
차별을 대물림해주려는 사람들.
본명으로 살아내는 사람들.
......... 대단하세요 정말. 하면서 추켜드리는 것조차 내가 너무 가벼워서 할 수 없었다.
그저 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