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아시아 대표작가

튀어라 콩깍지 2007. 2. 28. 11:10

제목이 그랬다.

아시아 대표작가 미술전

 

민단 할마씨들과 장구를 두들기고 나와서 끄덕끄덕 전시장을 찾아갔다.

내일까지라니 휴, 하마터면 놓칠 뻔 했고나.

 

아시아의 대표작가라... 자못 기대가 크다.

 

노란색 표지를 한 카타로그. 두 권..

윽! 그럴 줄 알지만 너무 비싸. 주머니를 꼬불쳐보다가 그냥 들어간다.

첫 작품부터 한국인이군. 반가워라.

글씨. 공예, 조소.... 그리고 유화, 한국화....

 

엥?

언제 아시아 미술을 한국에서 왼통 접수 한겨?

일부러 찾아볼래도 한국인 말고는 찾을 수가 없잖여?

 

모르긴해도 아마 한국에서 기획한 게 아닌가? 싶다.

출품자는 희망자를 모집한 건 아닌지??

매머드 단체 회원의 대거 진출같은 인상이지만... 뭐 그림들은 어쨌건 좋다.

 

그런데 전시장소라는 곳이 예전에 세계 물산전 했던 곳이다.

다시말해서 운동장이라는 얘기.

송신나게 넓은 공간에 칸칸이 막은 개인 부스와 가득 걸린 그림들.

두 골짝을 돌기도 전에 다리가 아프다.

이끝에서 저끝까지만도 까마득한데 그런 골짝들이 열 골짝도 더되지 아마. 아휴!!

도시락 싸들고 들어와야겠네.

 

인상적인 작품 앞에선 오래 머무르고 싶은데 못보고 나가는 그림 중에 더 맘에 드는 게 있을까봐

놓칠 수도 없다.

걸음이 조금 빨라진다.

발바닥이 화상 입은 것처럼 욱신거리기 시작.

걸음이 불편한 거 싫어서 늘 통통하고 넓덕한 통굽을 신는데도 서너시간을 버티기가 힘들다.

몸뚱이 불편해지면 그때부턴 좋은 그림도 좋아뵈지를 않고 한귀퉁이 비틀려져 뵈게 마련이라서

하루에 보아 넘기기엔 너무나 대규모 전시회다.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을 모아두고 벌이는 전시회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가끔 보았던 전국 화랑제 분위기인데

참여 작가와 전시장 규모로는 그 두 세배는 족히 되고도 남겠다.

 

마지막 부스는 조로록 일본 초대작가 푯말이 걸려있다.

합해서 너 댓?

도중 중국 작가 서넛 합하면 열 명 쯤 다른 국적이 섞였다는 말인데...

나머지는 셀 수 도 없는 한국인 작가들.

아시아 대표작가라...

대체 근거가 뭐지?

자부심인가? ㅎㅎ

 

그 중

눈에 팍 다가드는 작품 중의 작품.

어떤 화가의 팜플렛이 놓여진 책상 위.. 대강 구겨진 사각봉투에.

"목욕 갔다 오께. 엄마"

연필로 커다랗게 써놓은 모국어였다.

ㅎㅎㅎㅎㅎ (이렇게 말하면 안되겠지만, 분명 참 귀여운 작품이었다. ㅎㅎㅎ)

 

여긴 그래도 덜하지만

오사카엔 한국인들이 쌨다.

쌨다는 걸 본인들은 모른다.

그래서 익명의 편리함에 안심을 하고 원없이 큰소리로 떠들곤 한다.

빚쟁이 얘기부터 남편 바람 피워서 속상하다는 얘기까지 핸드폰 붙들고 마구 큰소리를 내는 게다.

그것 참.

아줌마. 저 다 듣고 있어요. 할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할 때 많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알아듣는 사람이 많다는 걸 외국 나가거든 꼭 명심하시라.

제발 목소리 성량을 절반으로만 낮추시라.

광장을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의 청각 테스트까지 넋두리에 실어야할 필요가 있는지?

 

얘기가 어만 데로 튄다.

하여간에 한국인들이 빼꼭히 점령한 아시아 대표작가들의 미술전을 봤다는 얘기다.

 

몇 사람의 그림이 맘을 콕콕 찔러대서 카타로그라도 사고 싶었지만 워메! 미술책 비싼 거야 정평이 났잖은가? 못샀지.

게다가 주머니가 빵빵했더라도 지쳐서, 그림 돌아보는 것만도 너무나 피곤해서

그 두껍고 무거운 책 두권을 들고 올 정내미는 진정 없더라는 말씀.

 

군데 군데 놓여진 개인 팜플렛만 한 봉지 챙겨왔다.

이제부터 열어볼 참.

 

갖고 싶은 사람들의 팜플렛은 남들 눈에도 좋아보였던지 일찌감치 동나고 없었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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