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참에 떡집에서 떡이 왔습니다.
떡상자를 두 개 들고와서 서울에 사는 누군가가 떡을 주문했다고, 찾으러 온다 했다고 자꾸만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문한 적이 없고, 서울에서 수련관을 대관하겠다는 예약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꼭다배움터<=청소년수련관 방과후 아카데미의 다른 이름입니다 :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게 더 좋아-윤구병선생님이 쓰신 책에서 빌어왔습니다)>입학식은 하루 전에 치뤘고..
도무지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여서 떡판처럼 얼굴이 네모난 떠꺼머리 떡집총각과 마주보고 아연해하다가
떡집 아줌마가 두번 더 다녀가실 때에 떡상자를 그냥 들려보냈습니다.
저녁에는
그림교실 애들이 왕창 늘었습니다.
관장실이 좁아서 상담실로 옮겼다가 조금 더 여유있게 수업을 해보자.싶어서 프로그램실로 옮긴 날
아이구나! 웬걸! 프로그램실이 꽉차버려서 이번엔 바람벽을 허물어야하게 생겼네!!
갑자기 꼬맹이들이 우루루루 들어왔습니다.
부랴부랴 책상과 의자를 가져와서 자리 정비를 하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 "떡 잘 먹었어??"
- "떡? 뭔 떡??...!!!!! 아이구나! 그러니까 그 떡이???"
문제의 쥔 없는 떡은 쥔 있는 떡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제 친구가 보낸 거랍니다.
일에 눌리지 말고, 끼니도 놓치지 말라며 고풋할 시간에 맞춰 막 쪄낸 떡을 배달해달라고 신신당부 주문을 했더랍니다.
누가, 왜 보내는지, 하다못해 전화번호 하나라도 남기는 건 홀랑 까먹어버리고요.
- "귀신 곡할 떡인데 그럼 돌려보내지 그걸 먹냐? 무단히 배만 더 고팠네.. 투덜투덜..."
저의 대답에
- "야!. 먹을 걸 보면 우선 먹고봐야지 그걸 왜 돌려보내??"
적반하장으로 일갈합니다.
- "뭐???? ㅎㅎㅎㅎ"
떡집으로 황급히 연락을 취합니다.
갈 곳 잃은 떡을 떡집에서는 벌써 이웃들과 얌냠쩝쩝 나눠드시고 일부만 남았답니다.
대신 계피고물과 카스테라 고물을 묻힌 경단을 얹어 보냈습니다.
갑자기 떡사태가 났습니다.
꼭다배움터 애들이 웬 떡이냐? 룰루랄라 즐거웠겠지요.
요가를 담당해줄 강사선생님이 딸기를 한 상자 들고 왔습니다.
- "이게 뭐야?" (강사샘은 저랑 친구입니다)
- "늘 대접 받기만 해서 미안하길래 쬐끔 사왔어."
- "사오려면 많이 사와. 요걸 누구 입에 붙이라고 요만큼만 사오는 거야? 안그래?? ㅎㅎㅎ"
- "???...아이구, 그래 알겠다. 이제부턴 많이씩 사오마. 그래. ㅎㅎㅎ"
고맙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여 이렇게 덤태기를 씌우는 고약을 떱니다.
마음이 따뜻하게 가라앉습니다. (##아. 고맙다)
2주일이나 지나서 겨우 지급된 새경에도 불평없이 열불나게 일을하는 수련관샘들이 고맙고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저돌적으로 일더미에 터널을 뚫고있는 꼭다샘들도 고맙습니다.
만사가 다 고마운 일들로만 가득하면 좀좋겠습니까만은 그렇지 못한 짐도 많지만
알록달록 무지개떡처럼, 또는 싱싱한 딸기 향기로 기꺼이 다가와서 따뜻한 마음 나눠주는 사람들 있어서
늘 기운이 납니다.
일이 많아짐에 따라 숙제도 쌓입니다.
잘 여문 밤송이처럼 단단해진 뿔들이 머리카락 수만큼 쭈삣거리며 곤두 서기도 했지요.
반성합니다.
물소리가 찰랑찰랑 발목을 따라오는 산길을 토닥거리며 함께 걷는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꼭다배움터 애들의 맑고 밝은 웃음이 풍성하게 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