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방과후 아카데미 입학식 후에

튀어라 콩깍지 2008. 3. 6. 14:16

어제 낮참에 떡집에서 떡이 왔습니다.

떡상자를 두 개 들고와서 서울에 사는 누군가가 떡을 주문했다고, 찾으러 온다 했다고 자꾸만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문한 적이 없고, 서울에서 수련관을 대관하겠다는 예약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꼭다배움터<=청소년수련관 방과후 아카데미의 다른 이름입니다 :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게 더 좋아-윤구병선생님이 쓰신 책에서 빌어왔습니다)>입학식은 하루 전에 치뤘고..

도무지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여서 떡판처럼 얼굴이 네모난 떠꺼머리 떡집총각과 마주보고 아연해하다가

떡집 아줌마가 두번 더 다녀가실 때에 떡상자를 그냥 들려보냈습니다.

 

저녁에는

그림교실 애들이 왕창 늘었습니다.

관장실이 좁아서 상담실로 옮겼다가 조금 더 여유있게 수업을 해보자.싶어서 프로그램실로 옮긴 날

아이구나! 웬걸! 프로그램실이 꽉차버려서 이번엔 바람벽을 허물어야하게 생겼네!!

갑자기 꼬맹이들이 우루루루 들어왔습니다.

부랴부랴 책상과 의자를 가져와서 자리 정비를 하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 "떡 잘 먹었어??"

- "떡? 뭔 떡??...!!!!! 아이구나! 그러니까 그 떡이???"

 

문제의 쥔 없는 떡은 쥔 있는 떡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제 친구가 보낸 거랍니다.

일에 눌리지 말고, 끼니도 놓치지 말라며 고풋할 시간에 맞춰 막 쪄낸 떡을 배달해달라고 신신당부 주문을 했더랍니다.

누가, 왜 보내는지, 하다못해 전화번호 하나라도 남기는 건 홀랑 까먹어버리고요.

 

- "귀신 곡할 떡인데 그럼 돌려보내지 그걸 먹냐? 무단히 배만 더 고팠네.. 투덜투덜..."

저의 대답에

 

- "야!. 먹을 걸 보면 우선 먹고봐야지 그걸 왜 돌려보내??"

적반하장으로 일갈합니다.

 

- "뭐???? ㅎㅎㅎㅎ"

 

떡집으로 황급히 연락을 취합니다.

갈 곳 잃은 떡을 떡집에서는 벌써 이웃들과 얌냠쩝쩝 나눠드시고 일부만 남았답니다.

대신 계피고물과 카스테라 고물을 묻힌 경단을 얹어 보냈습니다.

갑자기 떡사태가 났습니다.

꼭다배움터 애들이 웬 떡이냐? 룰루랄라 즐거웠겠지요.

 

요가를 담당해줄 강사선생님이 딸기를 한 상자 들고 왔습니다.

 

- "이게 뭐야?" (강사샘은 저랑 친구입니다)

- "늘 대접 받기만 해서 미안하길래 쬐끔 사왔어."

- "사오려면 많이 사와. 요걸 누구 입에 붙이라고 요만큼만 사오는 거야? 안그래?? ㅎㅎㅎ"

- "???...아이구, 그래 알겠다. 이제부턴 많이씩 사오마. 그래. ㅎㅎㅎ"

 

고맙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여 이렇게 덤태기를 씌우는 고약을 떱니다.

마음이 따뜻하게 가라앉습니다. (##아. 고맙다)

 

2주일이나 지나서 겨우 지급된 새경에도 불평없이 열불나게 일을하는 수련관샘들이 고맙고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저돌적으로 일더미에 터널을 뚫고있는 꼭다샘들도 고맙습니다. 

 

만사가 다 고마운 일들로만 가득하면 좀좋겠습니까만은 그렇지 못한 짐도 많지만

알록달록 무지개떡처럼, 또는 싱싱한 딸기 향기로 기꺼이 다가와서 따뜻한 마음 나눠주는 사람들 있어서

늘 기운이 납니다.

 

일이 많아짐에 따라 숙제도 쌓입니다.

잘 여문 밤송이처럼 단단해진 뿔들이 머리카락 수만큼 쭈삣거리며 곤두 서기도 했지요.

반성합니다.

물소리가 찰랑찰랑 발목을 따라오는 산길을 토닥거리며 함께 걷는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꼭다배움터 애들의 맑고 밝은 웃음이 풍성하게 피어나기를!! 

'콩씨(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에 소나무  (0) 2008.05.06
보고자와라  (0) 2008.04.10
때때로  (0) 2008.02.26
집...  (0) 2008.02.08
사람이 사람을  (0) 2008.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