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짧은 詩, 하이쿠(2)

-
오래 전부터 일본에는 한 줄짜리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먼길을 여행하고 방랑하며 한 줄의 시를 썼다.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대해,
작은 사물에 대해, 벼룩과 이와 반딧불에 대해,
그리고 허수아비 뱃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와 물고기 눈에 어린 눈물에 대해...
한 줄의 시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이 지상에서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때로 그들에게는 한 줄도 너무 길었다.
번개처럼, 우리들 생에 파고드는 침묵의 언어들!
이 첫눈 위에 오줌을 눈 자는 대체 누구인가 ? (기가쿠)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있네... (이싸:1763~1827)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
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 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부손1716~1827)
한밤중에 잠이 깨니 물항아리 얼면서 금가는 소리... (바쇼1644~1694)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 (소칸)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이싸)
죽은 자를 위한 염불이 잠시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우네... (소세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내 앞에 있는 사람들 저마다 저만 안 죽는다는 얼굴들일세 (바쇼)
이 눈 내린 들판에서 죽는다면 나 역시 눈부처가 되리... (초수이)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이싸)
걱정하지 말게, 거미여 나는 게을러서 집안청소를 잘 안 하니까 (이싸)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말라 그 벼룩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 (이싸)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시키)
- 영상:茶彬님 / 편집:dada -
'콩꽃(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학교 어때요?-친구 글 (0) | 2005.09.28 |
---|---|
동막골 NG 보기 (0) | 2005.09.08 |
[스크랩] 이철수 삽화 (0) | 2005.07.15 |
[스크랩] 제 분수를 모르고 (0) | 2005.06.18 |
[스크랩] 호밀밭 소식 - 이철수 (0) | 2005.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