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금강산 가극단 공연을 보다

튀어라 콩깍지 2005. 11. 12. 21:38

 

 

팜플렛-재 촬영하면서 와드드드!!

 

(1)

 

자드락 자드락,

빗소리.. 쪽 고른 소리.. 듣기 좋아 

애 놈 우산 안가져갔을텐데... 흠냐...

"윽!!!!!"

빗소리는 무슨.. 가스불에 올려놓은 물 저 혼자 펄펄 끓고 난리 났구만은.

워메! 언제부터 끓었다냐? 다 쫄았네..(투덜 쭝얼 고시랑...)

 

아닌게 아니라 종일 비가 오긴 왔지. 드세게...

공민관 전시회에 칠보 액자 들고가면서 홈빡 젖었는데...

 

비=부추전.

비오는 날의 조건반사식 공식.

시민회관 가극단 공연 시간까진 어중간히 남은 한 시간.

벼락 총소리나게 부추 씻어 자르고 양파, 새우살, 당근, 버섯, 호박...

녹두 빈대떡 가루부터 물에 개어두고.. 달걀도 넣고 마늘도 다지고...

소금 솔솔 뿌려 부친, 갖은 야채 빈대떡.

 

쫄아버린 커피 물 대신 동글동글 한 입 크기로 부쳐낸 빈대떡!!

든든히 먹고

 

마춤한 시간.

시민회관에 간다

금강산 가극단 공연일.

 

디카 후레쉬를 끄고 찍었는데 그만 번쩍!! 아이고 놀래라. 민망하고...

옆 사람도 눈치 못채게 후레쉬 끄고 카메라 아래로 내리고 도둑 촬영!

 

 

(2)

 

주차장이 만차여서 시민회관 주변을 몇바퀴 돌고

겨우 차 세우고 들어가니 개장 시간이 목에 턱 걸린다

자극적인 색깔의 통치마 한복 단장을 한 여자애들 몇명이

입구를 지키다가 표를 건네 받는다

"잘 오셨습니다"

정확한 우리 발음으로 인사 하는 걸 보니 조총련 애들인가 보다

 

대 홀 안에 가득한 사람들.

한 두 명 있는 듯 조용한 공연장... 이 동네선 늘 이게 부럽지. 공연장에서의 정숙함.

 

무대 넉넉히고, 다이나믹한 배경과 현란한 조명,

빠른 전개로 시작부터 퍽이나 흥그러운 분위기.

 

(3)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조국이 둘이었습니다"로 시작된 어나운서 멘트에 이어

젊은이들의 밴드.

가야금, 장구, 꽹가리, 대금, 아쟁이 금관악기며 드럼과 섞여있는 퓨전 민요.

아주 잘 어우러지고 듣기 좋은 편곡과 흥겨움이 넘치는 첫 곡은 "옹헤야!"

"어절씨고 옹헤야 에헤헤헤 옹헤야~~! 어깨 춤이 절로 추어질 듯한 가락과 장단.

전혀 거슬리지 않는 전통악기과 드럼, 전자키타의 화음. "얼쑤~!"

후레쉬 없이 찍었더니 사진들이 다들... 지진 만난 판자촌 같다 

연주하기 편하게 소매 통이 좁게 디자인된 설장고 팀 한복.

조명 받은 색동 끝동이 아름다웠다

손에 익어버린 장단 

이채에서 삼채, 세마치, 굿거리.. 넘나드는 품새가

빠른 흐름에도 불구하고 의젓한 학처럼 우아해보였다

 

 

 

금강산 가극단은 조총련계 학교를 졸업한

재일한국인으로 구성되었단다

결성 50주년을 맞는 동안

서울, 평양, 러시아, 미국, 일본 전역을 돌며 공연을 해왔는데

현 단원의 대부분은 교포 3~4세라 한다.

한국의 사계절 중 봄.. 사랑의 싹틈.

여름-사랑의 무르익음

회색빛이 끝동에 그라데이션 된 흰색 홋적삼이

마치

소나기 뿌린 날, 비 맞으면서도 마냥 기쁜 젊음들처럼

관능적이고 아름다웠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무대 막의 영상들.

사실적인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절제와 어울림. 

나무와 꽃잎은 그물막에 고정되어

극의 계절에 따라 꽃이 되기도 낙엽이 되기도...

표정을 바꿨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높음직한 받침대에 가야금을 받치고

서서 연주하는 가야금 독주도 이채로웠다

서서 연주하니 제 흥에 겨워 절로 추어지는 어깨 추임새가 자유로웠다 

 

 

무대 소품들 다양하고

무엇보다 내용에 맞춰 변형시킨 한복의 선이

다채롭고 조화로워 좋았다

 

 

퍽도 아기자기하면서 적절한 소품들

 

 

익살스러운 몸짓들

 

 

군더더기 없이 빠른 전개로

긴장감마저 느껴지는 흐름과

인민음악가 김경화씨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반주

 

시종일관 밝고 흥그러운 분위기 

 

 

여기서 그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카메라 밧데리가 나갔다... ㅠㅠ!!

 

(4)

 

서너달 전에

아이들의 그림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민단, 총련, 한국 아이들의 한일수교 100주년 기념전

 

지금은 광복절 행사도 총련, 민단 구분없이 함께 섞여서 하므로

재일한국인에게 있어 조국은 그냥 남, 북 구별없이 하나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3, 4세 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민단계 학교를 다니던지 총련계 학교를 다니던지 그냥 조국일 뿐으로..

 

거기 전시된 작품 안의 총련계 학교 아이들 그림 중엔

일장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그려져서 펄럭이고 있었다.

한 둘이 아니고 여기저기.

인민기가 아닌 태극기.

민단계 학교 아이들 그림에 등장하는 국기는 물론 태극기.

 

총련계 아이들이 남 북을 구분해서 일부러 태극기를 그렸을 리 만무하다

축구라거나... 등등 아이들 머리 속엔 그저 남한이든, 북한이든 매 일반. 그저 조국일뿐이므로

자주 보고 머리에 남은 태극기를 그렸을 뿐일 것이다.

 

총련학교 선생님들도 아마 2세 내지 3세가 많을테니

그들 또한 아무 생각없이 그 그림 그대로 전시회에 내놓은 것일테고..

우리가 안에서 통일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확실히 선 긋고 있는 동안

나라 밖 교포들에게선 이미 합해진 모양이다.

아이처럼 생각한다면 이리 간단하고 쉬운 것을...

 

 

 

 

(5)

 

이제 와서 생각해도 화 나는 기억 하나.

 

오사카에서 여차저차 민단 교포 아이들을 인솔하여

목포에 간 적이 있다

목포대학교 초청을 받아서...

 

해양박물관에 들어가는데 경비가 우루루 달려나오더니

외국인들은 장부에 기록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단다

"외국인이라뇨? 재일한국인들인데요"

그러니까 외국인 아니냔다.

40명 이름과 주소를 다 써야만 들여보내 준다고...이런 환장! 

아니 세상에 어느나라 외무부가 외국인들에게 자국민 여권을 발급해 주느냐고

꾹 누르고 얘길해도 막무가내다

턱 앞에 장부 디밀고 몸으로 막고 서있다. 

한국말이 서툰 아이들은 영문 몰라서 어리둥절 바라보고...

 

일본에서 귀화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지키고 산다는 건

권리없는 의무만 대물림해주면서도 감수한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본국에 들어가면 외국인 취급이다.

급기야 쓰라는데 안쓴다며 장부를 냅다 패대기치더라니... 

어이가 없었지.

 

무엇 때문에, 무엇을 바라고

이들이 국적을 지키는지..

딱 한 번씩만 심각하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늘 생각한다

 

금강산 가극단 공연

아마 관객의 대부분이 민단 아니면 총련계였을 것이다

이마에 써붙이고 앉은 거 아니니 이미 구별 없이 섞인 자리...

 

나오는 길에

때때옷 입은 각시와 신랑 인형을 샀다

이쁘다.

좋다.

'콩기름(수선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은 시작인가? 끝인가?  (0) 2005.11.16
고양이 그리려다 호랑이 되어도 고양이는 고양이.  (0) 2005.11.13
팥쥐 어매, 팥쥐 어매...  (0) 2005.11.11
뾰루지  (0) 2005.11.04
발 동동  (0) 200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