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아들
딸랑딸랑 굴러가는 소리로 딸년 전화. 저번 오사카에서 있었던 아시아 국제 문화 페스티벌 콘서트 우수상 받았다는 종달새 소리.
새벽부터 김치 통, 반찬 통 줄렁줄렁 싸들고 고속도로에서 속도 위반으로 경찰차에 잡히면서도 가는 데 일곱시간, 오는데 여덟시간 반 걸린 오사카 길. 그렇게 갔어도 겨우 딸 연주 전에 들어간... 무대에 오르기 전엔 눈 도장도 못찍은...
맙소사. 이 가시나! 흰 여름 원피스 차림이잖아. 선 잠 깨서 잠옷 입은 채 나왔는갑네. 가관이어서 속이 팍 상했지. 다음에 나온 두 애들의 휘황찬란한 모습이라니...
그 옷. 오사카에서 귀국하던 해 동네 시장 골목, 헐한 가게에서 사입힌 여름 원피스 학교에서 열리는 가벼운 발표회 같은 데서 그냥 속 편히 입어라고... 그 해는 특히나 우리집 꼴이 벼락 떨어진 화전민촌 헛간같은 꼴이었던 때라... 이차저차 쫄딱 털리고 신용 불량자까지 되어있던, 그 기 막히던 때.
무대에서 막 내려온 애더러 머리 단속 좀 하지... 뭔 잠옷? 어쩌구저쩌구.. 시부렁시부렁...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고시랑거렸더니 이 옷 엄마가 사준 건데? 음악이 문제지 옷은 무슨.... 생글거려서 맘 쬐매 더 에렸는데.. 속 슬거운 애들은 통 애 대접을 못받잖아. 애서로운 애지.
이젠 중국 간대. 수상자 연주회. 언제일지는 아직...
내친 김에 내년부터는 납부금도 없다. 전액 장학금으로 해결해라. 독한 소리를 했지. 지금 렛슨비, 생활비도 알바하고 장학금으로 해결하는 애더러...
팥쥐어매, 팥쥐어매...
초등학생 시절 볼이 탱탱해져서 들어온 딸. "엄마, 어떤 오빠가 나더러... 볼링공 같대" "무시기??.. !!!... 우하하하하! 어떤 녀석이 그렇게 잘봐버렸대? 뎃상력 굉장하네. 그녀석. 형태 파악 잘하는 거 보니... 컥컥컥" 나는 웃느라 숨 넘어가고 딸은 흘기느라 눈초리가 돌아갔지요. 그 날.
팥쥐 어매.. 팥쥐 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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