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인즉
진즉 나갔을 터
오늘 일정이 아니었다면...
사가현에 있는 구년암(九年庵)
일년 중 9일만 개방한다는 곳.
오늘이 마지막 개방일.
그리고 오늘은 뭔 날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일본 공휴일...ㅋㅋㅋ
선약이 되었던 모양.
허걱!
약속을 깨뜨릴 군번도 못되는 어르신들...
해서
일찍 챙겨 나선 길.
어딜 가는 지 행선지도 모른 채...
구년암 뽀짝 앞에 우동, 소바집.
계곡 위에 걸쳐 지은, 유리창 넓은 집.
계절이 쏴아쏴... 옆구리로 흐르는 소리 그대로 들리는..
나직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내가 원하는.. 그런 집.
이름이 <백년암>
백년암 창 밖으로 투명한 풍경.
돌돌돌 발가락 아래로 흘러지나고..
한 여름 빛으로 아직 창창한 녹빛 사이로
가는 가을을 주장하는 단풍이 점.점.점...
여러 점.
백년암 입구 돌확.
그 안에 연잎 뜨 듯 사장카(동백꽃 일종) 한송이
연자 방아 맷돌에 놓인 가을 소품.
낙엽 몇 점.
붉은 명자 열매... 좋구랴
정월 초하루도 아닌데
바라는 소원들이 이리 많은지...
그득한 꽃으로 무리진 소망 종이들..
여기도..
무슨 바램들일까?
구년암 안에 있는 별장은
9년 동안 지어서 완성했다는데
전통 정원 양식으로 이름난 곳.
안들어간 건 아닌데
두 줄로 조로록 서서
정해진 통로로만 밀려가다보니
도저히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었음.
게다가 올라가는 길이 울퉁불퉁 돌 길
한적하게 위도 올려보고, 뒤도 돌아보며
"이야!! 단풍 봐라!!"... 어림도 없는 소리
안 넘어지려고 발부리만 열심히 딜다보면서
밀려가다 보니
뒷문 밖에 나와있더라.
"뭐 봤냐? 거기 단풍이 소문처럼 좋드나??"
-"내 앞 발부리에 찍히는 돌맹이만 원없이 봤어"
구년암 별장 위쪽 신사 뒷마당에 있던
원숭이 석상
고초당초 매운 시집살이
눈 감고 삼년,
입 닫고 삼년,
귀 막고 삼년..이랬는데
고것이 워찌 여기에???
원숭이 석상 옆 안내문
이 산엔 원숭이들이 많이 살고
원숭이는 산왕(산신령)의 전령이란다..
뭐 그런..
그러니까 말하자면
원숭이 효험이 똑 부러지는 이 신사 나뭇가지에
소원 비는 종이를 접어 달아놓으면
교통이 안전하고, 애 잘낳고, 운이 트이고...
그래서 참배객이 많다는 말..
(투덜투덜!-장삿속은 하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