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 겁나 자주 나온다잉"
했다
"(헉!)...."
또 다른 친구 왈
"워메워메. 이것이 누구라냐? 언제 나왔냐?
안그래도 저번에 밥 한끄니 못 해믹애서 애가 닳드라.
아야. 아야,
마침 잘되얐다. 토욜날 김장할 거란 마다. 싸줄팅께 조깐 갖고가그라."
둘 다 늘상 같이 만나던 깨복쟁이 친구들이건만... ㅎㅎㅎ
무릇 인사란 그저, 숨이라도 끊어질 듯 반기고 볼 일.
(2)
눈이 엄청 쏟아졌다
버스 두절, 길 막히고 학교마다 휴교령이 내렸다
옥상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묻혀서 민둥산처럼 보이는... 무지막지한 폭설.
오갈 데도 없으면서
무단히 맘만 바쁜 날들.
울타리 너머에서 서성이는 나그네처럼
실상 머물 일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나아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종종종 찍고있는 제자리 걸음
세간살이들 틈에 끼어
볼 거리라곤 책밖에 없으므로
책 속에 코를 박고 드러누워 뒹굴면서
빈둥빈둥
천정 짊어지고 낑낑거리는 날들.
저녁이면
퇴근하고 돌아온 옛동료들의
무심을 가장한 끈끈한 정들.
바쁠텐데.. 지칠텐데... 싶어서 될수록 피하고 사양하면서
가능한 연락도 안한 채
칩거.
사그락사그락.
가볍게 내려서 감나무 가지를 부러뜨려놓는
천연덕스러운 눈처럼
사그락사그락
머리 위로 쌓이는 시간들.
(3)
깜이녀석
혼자 어떻게 잠드는 지...
고거이 걱정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