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대차나! 나는 어떤 사람?

튀어라 콩깍지 2005. 12. 26. 23:06

어떤 인사가

술 마셨을 때와 말짱할 때 모습이

생김 똑같고 성격은 판이한 일란성 쌍둥이 같길래

대체 어떤 쪽이 진짜 모습이냐고 물은 적 있다

대답 왈 :

"이녁도 이녁을 모르는 디, 아, 넘들은 오죽할랍디여???"

 

ㅋㅋㅋ

옳으신 말씀.

이녁도 이녁을 모르는 데...

 

내가 덜렁이냐 아니냐를 놓고 스스로 재단하다보니

어쩔 땐 못말릴 덜렁이고

또 어쩔 땐 숨 막힐 칼날처럼 굴 때도 있다는 데 생각이 닿는다.

 

중학 때 동창애가

미국 간 친구 주소를 내게 묻는 편지를 보내면서 그랬다

입학한 후에

중심지 학교를 나온 내 친구들이 다들 깔끔하고 세련되고 깜찍해서

자기처럼 변두리 학교를 나온 애들은 그만 기가 팍 죽었었는데

너만은 안그랬다...고...

매우 의미심장한... 생각하기에 따라선 매우 기분 꿀꿀한... ㅋㅋㅋ

 

그랬을 것이다

물감 덕지덕지 뿌려댄 흰 블라우스는 알록달록 총천연색이었고

날 서게 주름잡아 입던 치마.. 그 딴 거 내 사전엔 없었으니까.

"아이고, 귀찮아 귀찮아.

 나 좀 가만 내버려 두고

 어디 인형 공장에서 나랑 똑같은 인형 하나 맞춰서

 날마다 엄마 맘대로 지지고 볶으고, 이쁜 옷 입히고 그러라니까.."

어떻게든 이쁘게 꾸며볼까 이리저리 뛔작이는 엄마를 피하면서

내가 부리던 앙탈의 전말이 그랬으니...

 

지금도 젤 싫은 게 다림질이다.

다리지 않으면 안되는 옷은 처음부터 안산다.

아니면 그냥 구겨진 걸 멋으로 삼고 천연덕스럽게 입거나...

그러니까 털털하다...기보다 게으르다.

그래 게으르다.

하기 싫은 건 절대 안하는 왕게으름.

 

그런데도 아는 사람들은

내가 스스로 게으르다 말하면

펄쩍! 뭐가 그렇냐?. 엄청 오지랍만 넓더라..는 둥

무지하게 부지런하다고 평한다

 

그래.. 그 말도 맞다. 부지런도 하다

내가 흥미를 갖는 것이라면

밥도, 잠도, 며칠씩 들락거리는 것도 잊고 퐁당 빠진다. 아주. 정신없이 부지런히...

죽자살자 매달리므로 그건 일종의 부지런함으로 치부할 수 있다

 

철저하기도 하다

이를테면 글씨.

줄이 삐뚤하거나, 고르지 못하면 못참는.. 기어이 다시 하는...

편지 봉투도 줄 긋고 똑바로 맞춰 써야만 직성이 풀리는...

십 몇 년, 교실 복도 환경 정리하느라 길들여진 버릇일 게다. 아마. 

남들 눈에는 뵈지도 않은 듯 태평한,

액자 각도 쪼매 삐뚤어진 것도 내눈엔 어찌 그리 잘 들어오는 지.

못참아 못참아. 바르게 해 놔.

쪽 고르게..

 

그렇지만 덜렁거리기도 하는데??

현금지급기에서 통장만 챙기고 현금은 두고 돌아나온다거나

월급 봉투 채 쓰레기통에 버린다거나 

약속은 무조건 까먹고 본다거나(???) 

 

대차나!

적절하고도 널널한 말이다

이녁도 이녁을 이렇게 진단 불가인데

넘들은 오죽할라댜???

'콩기름(수선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주 드물게  (0) 2005.12.29
뻥치지들 맙시다-특히 선생님들.  (0) 2005.12.27
꽃씨  (0) 2005.12.26
곡조  (0) 2005.12.26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0) 200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