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 누우니
다 채워진 그림.
뿌듯!
누가 내 딸 아니랄까봐
고뿔부터 물고 들어와서
머리 아프다 낑낑
잠들었다
12시 되기 전엔 툭툭 건드려도
뱅 돌아누우면서 잠에 취해 눈도 안뜨던 깜이
12시 넘으니 다다다다 마라톤을 시작하고
이불 위로, 사람 얼굴 위로 어디라도 거침없이 내닫고 있다.
"요뇬. 내 딸 귀찮게하면 안된다고 아까 주의 줬어? 안줬어?"
눈 똥그랗게 쳐다보다가 내 눈을 할퀴는 제스춰!! 에크크! 짜식!
"엄마 이거"
은색 포장지에곱게 싸인 박스 안에서
"아이구! 이게 뭐야"
얇보들 폭신한 밍크 목도리.
내 날로는 절대 안 살, 값비싼...
올해 초
고향에서 딸애와 일본 친구들이 연주회를 했다
그 때 따라온 보호자들까지 뒷바라지를 조금 했더니만
선생님이 고마웠다며 보내신 거라는데..
"내 딸 연주회 준비해준 건데 선생님이 고맙다고 엄마에게 선물을???"
단단히 거꾸로 되었네
특별 렛슨 감사 답례를 내가 해야하는데...
"이거 엄마에겐 너무 과하다.
엄마라면 이런 거 절대 안 사.
선물이 부담스러우면 선물의 한계를 넘은 거야"
"그거 사실은 선생님이 갖고싶어하시던 건데
선물이란 자기가 갖고싶은 정도의 것이래야하지 않겠냐고
일부러 저축하셨다는데요.
연주회 때 엄마 지출도 많았고..
감사하다고 선물하고 싶어서.."
딸애는 지금 선생님 댁에 기숙한다.
애가 없는 선생님 부부는 내 딸을 아주 딸로 여기신다.
갓 스물 넘은 여자애를 외국에 혼자 두는 게 얼마나 마음 졸일 일인지..
선생님댁에 같이 머물 수 있어서 아주 안심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감사해야할 쪽은 이쪽인데..
"혹시 네가 자기 딸인 줄 착각하시는 거 아냐? 내 딸인데..
왜 감사를 선생님이 하셔? 엄마가 해야지.."
말 같잖은 투기도 부려보지만
저거 선물이라기엔 역시 북대기가 너무 크다.
되돌려 보낼 수도 없고
잘라서 반씩 나눠가질 수도 없고
덜컥 오지다고 받기도 그렇고...
그것 참. 겁나게 성가시네
새로운 고민거리..
깜이녀석 지금 막 내 딸 얼굴을 밟고 가는데
그래도 머리 아프다고 꿈쩍도 않는 딸 옆에서
나도 낑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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