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수권 대회 중계를 보는데
(언젯적 대회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설가가
완벽한 연기라고,
빙상계의 전설이 될 프로그램이라고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극찬해 마지않은 선수들과
조금 미진하다고 짭짭거린 커플이 나란히 1위를 하고
혹시 더 우수한 연기로 1위를 뒤집을 지 모른다는 기대를 모으고 나온 중국 커플
트리플 회전하다가 그만 남자 선수가 미끌어지고 만다.
아이고,
보던 내가 애가 닳아서
테레비 저 너머에서 누가 나를 투시하고 있는 듯
화면에 눈도 못주고 안절부절..
속 탄다
내 실수도 아닌데
민망하고
쑥스럽고
참 안됐다.
1회성 대회란
심장 쫄아들 일이겠지.
보고만 있어도 조마조마 조바심으로 터질 것 같은데...
딸애의
피아노 콩쿨에 따라가면
연주 감상은 물 건너 진즉 어디가고 없고
그저 틀릴까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라도 나올까봐,
리듬이 빨라지거나 느려질까봐
조마조마조마조마조마조마.....~~~~!!!!!
중증 협심증 환자처럼
심장 쿵쾅거리는 소리만 원없이 듣다가 연주회장을 나오면
식은땀이 삐질거린다.
이 짜잔한 어매를 보고 어느 날, 내 딸 왈,
-"엄마 저는요. 무대 아래를 야채 가게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얼굴 쳐다보면서 양파 하나, 배추 한다발, 오이 한 개... 그렇게요..."
그러니까
여태 그렇게나 천연덕스러운 얼굴을 하더니만
기실 딸도 나만큼은 긴장했던 거구나. 쯧쯧!!
그래서
다 타고나는 지 모르겠다
사람들 앞에서 난장 벌려놓고 맘대로 놀아라하면 필경 심장이 먼저 터져버릴, 나같은 위인은
혼자 콩치고 팥 치고 작업해서는
전시장에 걸어놓고 숨어버리면 되는 그림을 하는 거고,
그래도 심장이 뻑신, 내 딸 같은 사람들이 허벌 준비 많이 해갖고서
틀리면 그걸로 망해버리는 일회성 연주를,
틀리지도 않고 뻔스럽게 해내는 것일 게다.
게다가 그 악보...
빼꼼해서 도통 어지러운 악보를 줄줄 다 외우다니.. 아이고...
음악선생님께 걸려서(??)
피아노 전공해라 들볶일 때
끝까지 안한다고 버팅기기를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몇 분을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의 총량...
어림잡다보니
피겨스케이팅 선수나 무용가나 음악가들이 새삼 굉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