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꼭 너여야만 하는 이유

튀어라 콩깍지 2006. 2. 10. 22:47

날씨 풀려도 여전히 추운 방

현관문 옆의 전기 계량기는 사정없는 속도로 돌더라만

전기 기기래야 찬기운만 가시게 꽂아둔 홋도카페토(전기장판) 뿐인데...

 

복잡한 아들넘 수학여행 서류(?) 찾으러

나갔다 오니

칭얼거리는 아이처럼 달려와 앵기는 깜이

어깨에 얼굴 부비고 끼잉낑거리는 게

혼자 두고 어디 갔다왔느냐 투정부리는 어린애 모냥.

 

허, 참.

빨아 널어둔 내 브***를 어떻게 걷었는지 발치에 물어다 놓더라구.

음마!

요게 수컷이었으면 숭악한넘이라 했겠네.

뭐?? 너도 브**** 해줘??

얼척없네 이 가이나!!

헛헛헛!!

 

안되겠다. 너무 춥다.

이불 내리고 베개도 가져와서

퐁당!!

 

깜이도 얼씨구나 이불 속으로 기어들고

몸뚱이 덥혀지니 슬슬 옆으로 기어나와 고개만 내밀더니

그 고개를 어디다 둬? 당연지사!! 내 팔에 척 걸치지뭐.

그리고는 콜콜콜...!!

 

생후 1년도 못된 괭이 한마리를 피익! 내려다보면서

이게 대체 어떻게 닿은 인연인가?

사람이나 짐승이나 서로 바라는 바를 냉큼 알아듣는다는 면에서는 동질인데... 생각했어.

 

처음,

아들넘이 미적거리면서, 매우 미안해하면서, 눈치도 보면서, 

소맷자락 속에서 이녀석을 꺼내놓을 땐

아이구야! 어디서 저런 걸 데려왔나 그래.

어차피 데려올 거면 좀 이쁜녀석이나 골라오지.

이건 뭐 연탄구덕에서 건져낸 넘처럼 왼통 시커멓지

삐질삐질 눈도 제대로 못뜨는 게 사납게는 생겼지

꾀죄죄, 푸석한 털하며... 아이고!!

아들넘을 째렸지만

이미 데려온 생명.

아무리 내 맘에 안든다고 어떻게 내다버리나그래.

내키지 않은 데도 하는 수 없이, 정말 하는 수 없이,

잠을 재운 것은

그날이 하마, 겨울 초입 답지않은 혹한으로 

방에 앉아서도 뺨따구가 얼얼하도록

무작시럽게 추웠기 때문이기도 했을 걸.

그 추운 날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고...

 

씻겨도, 뛔작여도, 

기운 없어서 비슷이 기울인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자폐증 걸린 아이처럼 울음 소리도 못내던 깜이.

 

이젠

털빛 반드르하고, 생기 총총한 게

개구지기까지 해서 정신을 홀랑 빼놓게 하는데다 

필요에 따라 내는 울음소리만도 갖가지로 구사하는,

꼬랑지 아홉 달린 여우라니까 글쎄.

 

마치 내 아이라도 되는 듯

끼잉~! 앵그리고 내 팔 베고 드러누운 이 방자한 녀석과

씻기고, 물리고, 장난질하고, 도망다니면서 밥먹는 동안

어지간히 정도 깊은 모양이지.

이제는 잘생긴 페르시아고양이라도 깜이보다 좋을 수 없어. 그럼.

 

꼭 깜이여야 하는 이유.

생떽쥐베리처럼 내가 깜이를 길들이고 깜이가 나를 길들였기 때문??

 

사람과 사람이라 하여

무에 얼마나 다르겠어?

아마

미운 정 고운 정 서로 길들이고, 길들면서

알지 못하는 새에 이렇게

꼭 너여야만 하는,

특별한 대상으로 자리매김되는 건 아닐까?

 

꼭 너여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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