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목덜미가 쓰라려

튀어라 콩깍지 2006. 3. 12. 13:53

깜이녀석에게 긁혔거든.

 

못에 걸린 길다란 줄을 겨냥하고

그거 낚아채서 가지고 놀 욕심에

벽에 기대 앉은 나를 발판 삼아 뛴다는 게 그만

미끄러지면서

내 목덜미를 좌악! 긁어놨지... 에고 쓰라려!!

 

어제 날씨는 화창하다못해 앞 뒤 막힌 신발이 답답하더니만

오늘 날씨는 꾸무럭하는 게

욕심 사납고 심술통 사나운 영감쟁이 상판으로

여영 정이 안가는

그런 하늘이야.

 

아들넘 머리 감는 거 구경하려고 세면장으로 달려갔다가

문 열어주지 않으니

키야오! 에옹! 숨 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다가

" 왜? 왜? 누가 우리 깜이를???

신청해주는 내게 쪼르르 달려와서

내 무릎 두 발로 짚고 올려다보면서

있는 아양 없는 아양 다 떨어대고

책상 다리 틀어앉은 내 다리 안쪽에 낼름 올라앉아

동그랗게 똬리를 튼 깜이 체온이 발목을 따뜻하게 덥히고

 

고개 들면

흐린 회색 하늘빛을 지고 도는

건너집 풍력발전기 날개가

헐떡이는 모습... 짠해보여.. 헐떡헐떡!

 

바람이 많은가보지.

 

아침, 점심을 다 거부하고

배 아프다는 아들넘

지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않고...

 

빼꼼히 딜다보믄서

아이야. 뭘 좀 먹을래?? 뭐가 먹고싶니??

코맹맹이 소리라도 내봐야할까봐.

 

요새 저 녀석 또

먹거리만 챙겨주면 배 아프다는 병이 도져서

하루 한 끼나 먹을까말까.. 속을 태우네. 고연넘!!

 

어제도 종일 굶고 넘는 걸

냉동실에 마지막 남은 떡국건지로 떡볶이 해줬더니만

더 없냐고 묻는데 떡국이 더 어딨냐? 이넘아.

아무 거나 닥치는대로 좀 먹어라!! 

볼 멘 소리를 했는데..

씨익 웃으면서

떡볶이 외엔 젓가락짝 한 번 안대보고는 고만 먹어버리는 넘

 

어매가 냅다 나몰라라를 해버릴 수도 없고

호떡이나 부쳐줘볼까??

 

뉘댁 따님이 저런 서방님 입맛을 맞추게 될꼬??

시방부텀 짠하다 짠해.

...

......헌데,

아이고 깜이야. 발 저리다

고만 내려온나.

 

들은 척도 않고 동그란 잠을 콜콜 자는 깜이

내 쉬는 한숨 소리가 또 얼척없당께. 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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