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복도 쪽으로 걸어가면

튀어라 콩깍지 2006. 5. 28. 04:48

복도래야 겨우 2m나 넘을까말까한 길이지만

어쨌든 길다랗게 늘어선 나무 쪼가리 위를 걸어나가면

깜이가 먼저 눈치를 채고

뽀르르 달려온다.

문 앞을 지키면서 지가 먼저 나가겠다고 안달.

 

-" 안돼."

 

어지간만해도 데리고 작업실로 가겠지만

물감 파레트가 몇개 씩 펼쳐진 좁은 공간을

따라 들어간 깜이가 신난다! 끼얏호!! 깐죽거리다간

겅정겅정... 아이고! 현기증이야!!

 

매몰차게 문닫으면서 유리 너머로 보면

쪼글쳐 앉아서

슬프게 바라본다.

기어이 문 닫고 들어가면

작업실을 향해 앉아서

온갖 요상한 목소리를 다 구사하면서 울어젖힌다

니야오, 냐옹, 으아, 이야, 흐응...!

 

아들넘이 지 방에 있을 땐 어김없이

나와서 안고 들어가지만

나는 가는 귀가 먹어서(필요할 때만) 안들린다 안들려.

 

낮잠 자다가도

내가 화장실 가면 쪼르르 따라와

아이구메! 문 안닫아?

기겁하거나 말거나 앞 발로 긁어서 문을 열고는 빤히 들여다보고

머리 감거나 세수할 땐 세면대 옆 세탁기에 올라가서

내 얼굴 바싹 옆에 지 얼굴 맞춰보는 짓도 곧잘하고

샤워하면 욕실 문 앞을 지키고 앉아서 진드건히 기다리는 녀석이라

혼자 있는 걸 영 싫어하는데

지금은 글쎄

실실 도망다닌다.

 

감히 옆지기 이불에다 쉬를 했거덩!! 지금 막.. ㅎㅎ

빨아둔 옆지기 와이셔츠에다가는

지넘 쉬 묻은 앞발을 싹싹 문질러 닦더구만.

아주 깨끗이..

허.허.참.

 

그것도 모르고 떨어져 자는 옆지기... 이불을 갈아주고

둘둘 말아서 세탁통에 갖다두고 나오니

식탁 밑으로 피했다가 옆방으로 뽀르르 달아났다가

지금 안방 문 옆에 붙어 앉아서 삐죽 고개만 내놓고 눈치 살피는 중.

 

아니 저녀석이 맨날 구박만 듣고 살았나

왠 눈치가 저리 빤해??

 

괜찮다. 이리온나. 들어와서 자라. 얼른.

 

여전히 뛔깽한 눈 굴리면서 어둠 속에서 바라보는 눈빛이 반짝.

 

모래 떨어졌다는 걸 깜박했더니만

저 녀석.. 새 모래 넣어달라고 데모하는 게야. 필경.

날 밝으면 모래 사러 가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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