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기운 차리게 하는 향

튀어라 콩깍지 2006. 5. 29. 02:32

반짝이는 구슬 다섯 알.

스와로브스키. 투명 두 알과 보라 세 알.

꿰어서 딸애 목걸이 만들어주려고

사왔더니만... 구멍이 안뚫려있어. 크흐~!

 

칠보 할 때 은 점토를 이겨서 구슬이랑 어떻게 해봐야할 모양.

 

일년에 딱 두번 있는 수예점 특별행사를 놓치기 아까워서

우루루 쫒아갔더니만... 뛔작이다가 그냥 구슬만 몇 알 집어왔는데...

에이!

 

-"아들아, 저녁에 회전 초밥 먹자. 주차장으로 내려온나."

 

전화 넣으니

두말없이 O.K

짜식이 토 달지 않는 건 오직 초밥 뿐이니..

 

가끔은 배달해주는 짜장면도 먹고 싶을 때가 있더라니.

피자 말고는 배달이라는 게.. 있지 참. 초밥.. 한번도 시켜먹은 적은 없지만..

 

초밥집 옆에 깜이 모래 파는 가게도 있고.. 이참저참..

 

나는 디저트까지 합해서 접시 네 개 겨우 물리고.

아들은 아홉 접시.

딴집 사람들은 혼자서 열 너댓 접시 씩 해치우드만 우리식구들은 당최 입이 짧으니..

게다가 내 식성은 골라 먹어도 꼭

익힌 새우라거나 튀긴 두부라거나(?) 게맛살 샐러드 얹은 초밥.. 따위

애써 생선초밥 먹으러 가서 생선초밥 아닌 것만 뽑아먹는 입.

 

후딱 먹고 나와서는

초밥집이랑 한 주차장을 쓰는 마트에서

진짜 목적인 깜이 밥이랑, 간식거리랑, 모래 사러 간다...

 

여긴 꽃 심는 흙도 사오니..

분갈이 화분이나 흙 버릴 때도 지정한 날 지정된 장소에 따로 모아서 내 놓아야하는..

화분 하나 기르기도 갑절은 머리 무거운 동네니

괭이 모래는 시판용을 사는 수밖에..

 

아들넘

뭔가 자꾸 집어다 바구니에 넣길래

간식거리인가보다.. 했더니만

집에와서 보니

왐맘마!

아가, 요것이 시방 뭣이라냐??

 

기운 없을 때 기운 차리게하는 향이라고...

 

허허이..

(긍께 시방 요것이 괭이용 미향이라는 것이렷다!! 워메!!)

 

아가, 니 눈엔 깜이가 기운 없는 넘으로 뵈디야?

기운 좀 빼놓는 약이라믄 혹 몰겄다만..

 

울 아들.. 묵묵히 깜이 발톱 연마용 장난감이랑

회색 털북숭이에다가 뿌려서 비비고 있는데

냄새 맡은 깜이뇬.

벌써부터 펄쩍 뒹굴고, 뛰고, 물고, 차고...

 

-"워메메, 조것은 또 뭔 생쥐라냐??"

 

-"오메 오메.. 저리 가서 놀그라.. 징그럽구만..

   허. 참. 이 연덕이 물고와서 던지라하네. 못살겄네. 참말로...군시렁... 투덜.. 중얼..."

 

아들넘, 옆지기랑 시들거리며 웃는데

나만 따발총 쏘는 저격수처럼 빈 항의로 잠시 소란.

 

애넘이 열심히 물어나른 건

깜이 먹거리에다 장난감, 괭이용 기운 차리게 하는 향가루..

얼척이 없구만..

정작 어매가 등짝부터 어깨 팔 다리.. 사방이 아주 무너질 것 같구만은... 

 

아주 꼼꼼히 여기 저기 뿌려주고 자빠졌는.. 우리 아들넘..

 

깜이.

회색 생쥐 인형 주구장창 물고와서 던져라 시위하고.

실물이랑 꼭 닮은 꼬랑지를 쥐면 으드드~! 몸서리 나는데

좋아 죽는 꼴을 보니 실렁실렁 또 던져준다   

 

옆지기, 아들..

꼬부라져 잠든 뒤

배조 고프지 않으면서 무단히 허전해서

마늘빵에 커피 들고 앉아 밤참 먹으려하니

우다다다

생쥐 걷어차며 주체하는 기운을 어쩌지 못하고

마구마구 달음질을 치는 깜이..

발에 걸려 커피 쏟을까봐 뜨건 커피잔 꽉 붙들고 아이구, 아이구..

깜짝 깜짝 놀래고 있다. 시방.

 

이 시간에 뛰는 넘이랑

이 시간에 밤참 먹는 내가

어째 꼭 ... 언니 동생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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