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칼침을 놓듯

튀어라 콩깍지 2006. 12. 2. 22:10

매서운 바람

 

뭔가 도와달랬는데 무슨 모임이라 했더라??

대책없는 무심

몇 시라 했더라??

 

뺨에 코 부비는 괭이만 쓸고 앉았다가

도시락 챙겨 오라는 전화.

30분 남았는데?

대뜸 일어나 나간 것만도 장하다.

호카호카벤또집에서 네 개 사들고...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 선생님 한분과 텁텁한 바지락 된장국에 밥 나눠 먹고 

커피 마시고 나니 얼추 강연 시작 시간

통통 잘 튀는 통통볼을 연상케하는 최교수님이 마구 달려오시다가 화들짝 웃으시고

두시간 강연이 어라? 벌써? 쬐끔 더 들었으면 싶게

끝나기까지 조용하고 엄숙하고 흥미롭기까지... 

 

직역하면 <일본에 있어서의 한국어>지만 뜻으로는 <일본 속의 한국어> 정도일까?

오늘 강연회 주제.

 

국문학을 전공하고 국어선생님을 하시다가

다시 민속학을 전공,

또 다시 문화인류학을 전공,

그 다음엔 뜽금없이 사관학교 교관이 되셨다가

문화재 전문위원 및 대학 교수를 하시고

정년퇴직한 후 명예교수, 다른 대학의 전임교수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의 강의.

 

일본 속의 한국어.. 참 맛도 멋도 없는 주제를

맛깔스럽게 끌어가는 건 학자로서의 성실함인가?

툭툭 내던지 듯 그저 아는 바를 말하지만 잃어버린 구석의 왕구슬을 찾아낸 옹골짐으로 오지다.

 

설렁설렁

준비한 유인물 따위도 없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이 닦았습니다.. 처럼 설렁거리면서 시작한 얘기가

여전히 설렁거리면서 진행했을 뿐인데

아이구! 벌써 시간이 두시간 반?? 누가 시계 돌려놨어? 뭔 시간이 이리 빨리가.

쬐끔 더하지.. 에이.. 싶을만큼 퐁당 빠져들었지.

것참 이상하네.. 기운따가리도 없이 그냥 이말에서 저말로 통통 튀어다닌 것 같은데

쏙쏙 들어박히면서 잔잔하게 가슴이 전율을 하네.. 것 참.. 이상타.. 하면서

아쉬운 맘을 달래는데

질문 시간.

달군 냄비처럼 뜨거워진 격론.

말씀인 즉슨

<한국어> <조선어>를 놓고 일본 내에서도 갈팡질팡 민단과 총련의 눈치를 보다가

그냥 <한글>이라고 하는 실정.

그래서 NHK 한국어강좌의 이름이 <안녕하세요?>로 결정되었다는 뒷얘기.

이게 대학의 한국어과를 개설할 때 문제가 더 복잡하여 조선어과로도 한국어과로도 할 수 없는 난제라니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 그럼.

명칭 자체가 논란과 숙고의 거점.

민단과 총련이 대치를 멈추기까지 절대 불식되지 않을 쟁점인 게야.

민단과 총련이 대치를 멈추려면 통일이 되어야... 까지...

 

민족과 통일 문제로 비약되는가 싶다가

드디어 민단장님의 새된 소리.

반드시 한국어여야 한다는.. 이를테면..

시끌법썩 들끓다가 급기야 배달어로 통일하자는, 최남선시대의 주장이 재탕되기도...

우리의 교포 할마씨들이 또 왁자그르..

배달은 택배 아니냐는?? ㅋㅋㅋ

택배민족이 되는가?? ㅋㅋㅋ 그래서 한국사람하면 성질 급한 것부터 떠오를까??  

 

본질은 어디 가고 한국과 조선의 용어만 남아서 목청이 올라가는 사태.

이게 재일한국인들의 실태일테지.

 

이 세대에선 이 세대 나름으로 준비된 용량만큼만 채울 수 있을 터.

갈라진 맘들이 아픈 날.

 

강연 후엔 재일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참 소박한 교류회.

회비를 조금씩 내고 음식도 조금씩 먹고.. ㅎㅎ

 

간단한 강연 감상과 자기 소개 시간이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각의 입장들이 껍데기없이 부딪쳐오는 절박함 때문.

우리처럼 한국 태생으로 한국에서 자라서 잠시 다니러 온 부류.

한국에서 자라서 일본인과 결혼하여 일본 국적으로 사는 부류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에서 살다 일본에 묻힐 부류

그리고 국적도 핏줄도 제대로 일본인.

이렇게 어우러진 사람들의 각자 자기 입장의 피력.

 

그래. 그렇겠다.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지면서

간단치 않은 삶의 여러 자락을 들춰 본 듯 복잡한 생각들.

서로 다르게 걸어 온 그 먼 먼 길들.

 

따뜻하게 감싸안을 일

나와 전혀 다른 의식구조를 가졌다 해도

사상이나 사고는 내가 가진 잣대로 측정해선 안되는, 상대의 생의 총체로부터 집약된 것이므로

이해의 유무를 떠나 겸허히 인정해야 마땅할 터.

 

날카로운 사선으로 하늘을 긋는 비와

지평에 평행을 긋는 마음들이라 해도 부추겨 따뜻함을 나눌 수는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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