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에 엇비슷 각도로 돋은 뾰루지 두개.
며칠동안 욱신거리고 있지.
불편. 불편
오늘은 덧대어서 감기까지.
정신이 없군.
엊저녁 내 꼴이 딱 뾰루지꼴이었을텐데..
섞여들지도, 아주 불거지지도 않는 불편스러움으로..
*************
민단 부인회 연합 회장님 연세가 일흔 넷??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일흔 넷의 싱싱함(?)
멋지더라. 아주.
고쿠라 민단에서 돌아 온 시간이 깔딱깔딱 약속 시간을 앞둔 저녁참.
할마씨들 모임인데... 점잖게!
스스로 주문을 외우며 무릎에 걸리는 타이트 스커트를 갈아입었지.
종아리가 확실히 감춰지는 플레어스커트로. 칠렁칠렁...
앉거나 서거나 통치마가 나를 잘도 감추어 얌전히 보이게 하리라(??)하면서...
아이쿠!
먼저와 앉아계시던 회장님이 일어섰을 때 기절할 뻔 했지.
무릎에 걸리는 타이트스커트를 입고계셨거든.
일흔 넷.. 우리 식으로한다면 아마 일흔 다섯이나 일흔 여섯일 할마씨.
쪽 곧은 다리보다 눈 부신 건 싱싱함!!! 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생기였어.
베르사체 무늬가 요란하지 않게 배합된 검정 정장은
스무살 애들이 울고갈 각선미를 화들짝 드러내는데도
숙성된 기품과 어우러져 차라리 빛이 되더군.
까마득 흘러간 옛노래... 뭔가 제목도 아슴거리는 노래였는데도 우와!! 멋져라!!
절로 감탄이 부글거리면서 웃음짓게 만드는, 저 단단한 힘.
허세 없는 자신감에 버무려진 절제의 우아함은 이미 평상의 모습으로 굳어서 한층 아름다웠어.
게다가 그 감칠맛 나는 노래. 우와아~~!!
"사모님이 겁나게 젊으시네"
몇분 할마씨들께서 나더러 그러셨지.
기중 어린 게(?) 기중 상석에 앉아서 사모님 대접이라니...
모임이 있다는 얘길 들으면서 벌써 불편하던 마음이 바야흐로 성가셔지는 바늘 방석.
나더러 젊으시다는(?) 그분은 아예 등이 굽었더구만.
목청 갈라진 소리가 나이를 짐작케해.
옆으로 나란히 앉으신 할마씨들도 다들...
지부회장님이 준비해 온 복어회 한접시.
상석이라고(??) 자리를 피해주시는 바람에 옆지기와 둘이서 먹게생긴 판인데
솔직히 나는 복어회가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 말고는 왜 그리 비싸야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
젓가락도 잘 가질 않는데 순식간에 동나는 옆자리와 속도를 맞추느라 열심히 먹어야했지.
혹시 실파 부족하세요?
자꾸 들여다보는 지부회장님의 추임새에도 마음이 씌여서 깨작거릴 수가 없었거든.
맥주잔 받아놓고 김 빠지도록 모셔뒀더니 또 얼음 넣은 우롱차를 잽싸게 갖다줘.
재채기 콜록거리던 옆지기가 홀랑 가져다 마셔버리니 이번엔 오렌지 쥬스.
홀짝거리다보니 또 다른분이 소주칵테일.
맛있지요? 맛있지요?
하아~!
내 입맛엔 담배 재 털어넣은듯 군내와 쓴맛이 뒤섞여서 아주 곤혹스러웠지만
차갑고 쓰고 떫떠름한 '소주 미즈와리' 연초록 칵테일을 꼴까닥 삼켰지.
옆에 앉은 할마씨가 아무래도 미심쩍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시는 눈길을 느꼈지만
시치미를 딱 잡아뗀 채로..꼴딱!
분위기가 고조되니 다들 일어서서 춤 추기 시작.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할마씨(교포분도 마찬가지.. 평생 삶의 근거지가 일본이었던 분들)과 한국할마씨들의 차이. 간극. 그 생각 격차의 원인이 늘 궁금해.
체면과 주책에 짓눌려서 자기가 없어져버린 모습이 한국할마씨라면,
(그래서 어쩌다 그 벽이 무너지면 거의 주체를 하지못할만큼 뻔스러워지기도 하는, 썩 바람직하지 못하면서 안타깝기도 한 모습이라면)
나이들수록 드러냄과 표현으로 <자기>가 확실해지는 일본할마씨들의 모습.
당연하고 당당하면서 도를 넘지 않는 단단함의 정체가 어디서 오는 걸까?를 다시 생각.
아이쿠, 이런.
점입가경이라
등 굽으신 할마씨.
걸걸하고 근사한 목소리로 한곡조 뽑으시더니 그 참에 그냥 일어나 춤까지 덩실거리시는데
춤사위가 장난이 아니네글쎄.
헛 참.
연체동물처럼 보드란 몸놀림을 입 따악 벌리고 얼이 빠져서 바라보기만 하는데
"두분이 워낙 조용한 분들이라 오늘 우리 보고 놀랬을 것 같아요. 그렇지요?"
연합회장님이 또 물에 뜬 기름처럼 머쓱해서 쳐다만보고 있는, 한참 어린 나와 옆지기에게 사정없이 존칭을 하시면서 배려한 말씀.
"아유, 아닙니다. 놀래긴요. 덕분에 아주 즐겁습니다"
즐겁기 켕이는.. 턱쪼가리에 솟아서 걸씬거리며 아픈 뾰루지처럼 신경만 엄청 쓰이게하면서
송곳처럼 뻣시게 앉아있을 꼴이 거울 안보여도 뻔할 뻔자인 걸 알면서
황급히 손 내저어 아니라고, 감사하다고.. 한껏 예를 차리는 내가 실은
애저녁에 곰삭아 늙어버린 할마씨의 모습에 다름아닌데..
지난 번 여행 때 노래가 엄청 부르고싶었는데 목소리가 잠겨서 부르지 못했다며
그 한(?)을 오늘은 풀어야겠다는, 또 다른 할마씨의 노래가 한참 이어지는 걸 듣다가
다같이 아리랑을 합창하고 민단 부인회 1년 결산 자리를 끝낸다.
문밖까지 따라나오며 배웅하시는, '젊은 어른들'을 남기고 '어린 늙은이'는 후다닥 자리를 빠져나온다.
부인회에 섞일 때마다 내가 앞질러서 미리서부텀 폭폭 늙고있음을 절감한다.
오늘도 여전히 폭삭 늙은 건, 나이로하면 가장 어리면서 속사람은 이미 꼬부라진 나였다. 쩝!
아침.
눈 뜨니 예정하고 있었던 듯 감기 심해져서
머리가 쑥쑥 패인다.
에고고. 끙끙.
(그저 감기 탓일까??)
'콩기름(수선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잣말 주절주절(Ⅰ) -情景 스케치 (0) | 2006.12.03 |
---|---|
칼침을 놓듯 (0) | 2006.12.02 |
조리장수 체곗돈 (0) | 2006.11.16 |
오늘 하루 (0) | 2006.11.15 |
정신이 번쩍 든다. (0) | 2006.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