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장날

튀어라 콩깍지 2006. 12. 27. 02:29

점심참에 나갔다가

책장 배치를 봐달라는 옆지기 말에 사무실 들러서 쫑알거리고

다시 화방.

색깔 있는 젯소 여러통, 캔버스 보드, 물감

가볍게 손에 들고 올 정도인데 계산서는... 워메! 동그라미가 몇 개라냐?? 쩝!

 

옥상 빈곳을 화원으로 꾸민 이 여우같은 사람들의 재주에 감탄하면서

찬바람 속을 설렁바람 타다가

이쁜 찻잔도 들여다보고, 토기 화분들도 들었다 놓고...

느지막히 돌아오니

어떤 분의 아버지께서 타계하셨다는 부고.

메일함에서 아우성.

이 사람 저 사람 보낸 소식이 넘쳐나고

시간을 보니 배 타러 나가기엔 이미 늦은 시간.

 

속 아픈 사람들만 남은 것처럼

여기도 저기도 아프다는 일색이니

절로 가라앉는 마음.

내놓지 않아도

누구라도 짊어진 자기몫의 등짐.

무게가 전이된 듯 자꾸 목덜미가 당겨.

 

집 안 곳곳에 꼬불쳐둔 술병

(누가 들으면 알콜 중독자인줄 알겠네)

마시는 사람 없으니 식탁위에도, 뒤에도, 아래에도, 심지어 벽장 속에도

종류도 갖가지로 제 자리를 못찾는 게 다름 아닌 술병인데

맞아, 오래 전에 뚜껑 따둔 매실주가 있었어.

누구네 집에서 담아보낸 매실주도 시어빠지게 생겼고만.

 

옆지기는 진즉에 꼬부라져 잠들었고

혼자서 유리잔에 얼음을 채운다. (어쭈!)

매실주를 부었지.

달착지근... 홀짝!.. 달착!! 홀짝!!!

 

에고. 어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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