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구 전문점이 아쉬워서
언젠가 강의 다녀오는 길에 봐뒀다는 화방을 찾아나선 길.
왕복 3시간.
아마 어딘가 그보다 가까운 곳에 괜찮은 화방이 있을터인데 모르니 고생이지.
가까이 지내던 선배님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
어떻게든 달려가려고 발싸심을 해봐도
쾌속선, 훼리, 비행기... 죄다 만석이란다.
마음 휑하니 뻥 뚫려서 하여튼 어딘가 길을 나선 터.
그런데
너무 멀다. 암만 괜찮은 화방이라해도...
게다가
물감이며 젯소며 주렁주렁 사들고 계산하려니 지갑이 없당.
아들넘 용돈 준다면서 꺼내놓고 방바닥에 놓아둔 게 틀림없군.
헤.헤.헤...엄마! 하고 바퀴가방 끌고 들어온 녀석은
캥거루 나라에 다녀온 기념으로 작년에 산 내 디카를 바닷물에 담궈서 왔다.(?)
뭐셔?? 왜 요 모냥인겨?? 헤.헤. 엄마 내가 부쉈어. 집 채 바닷물에 빠뜨렸어. 그래서 먹통 됐어
*&^%$#@%^... 너는 먹통 안되고?? 그랬으면 됐어. 에효!!
하고 나오면서 핸드폰 집어오는 걸 잊었다는 얘기지뭐.
외출에 서툰(??) 증거 쯤으로 치부.(절대 덜렁거려서는 아니라고.. ㅎ~!)
카드는 안된다니 옆지기가 냈지...이건 빌린 거.. 확실히 갚아야지. ㅎㅎ
길이 복잡해서 혼자는 못찾아오겠다. 그냥 다니던 곳으로 다닐래. 물건은 없지만...맘을 먹을참인데
10% 할인에 뒷자리 붙은 건 싹 떼어내는 할인.
???
어라? 일본도 이런 곳이 있네??
푹푹 웃으면서 꼬부라진 주인할머니를 바라본다.
완전 기분파 할머니시네.
꼬장꼬장 원칙만 흘러넘치는 나라인줄 알았더니만...
나이가 들면 널널해질수도 있는 건가??
다시 오고싶어지네.. ㅎㅎㅎ
너무 멀어. 너무 멀어. 그래도 싸. 물건도 많고, 액자공방도 붙어있으니 고르기 쉽고... 갈등.
욕심을 좀 부렸더니 이번 달 재료값이 기백만원을 벌써 넘었는데...휘유.
이런 거 계산하기 시작하면 그림은 물 건넌 거다.
살림 말아먹어야 그림이 되는 거야. 푸푸푸...
달랑달랑 종이 봉지 하나 들고들어오면서 간덩이를 자꾸 부풀린다.
그런데 캔버스를 안샀다.
우선 있는 것만 소화하고나면 또 한차례 다녀와야할 듯.
이쁜 물감 꺼내놓고
배 부르다.
하고싶은 게 많다.
괴기스런 바람 엄청나고
다녀오는 길이 무지 춥더니만
골치가 욱신욱신 팬다.
성질 고약한 고뿔을 물었나보다.
아후, 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