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나더러 느닷없이 노래방 가자한다.
"노래방??"
"응"
".... (저녁에 뭘 잘못 먹었나?? 갸웃~!.... 일에 치인 건가??) ...
그...러지..뭐."
채비하고 나선다.
여긴 이름하여 <황금 연휴>다.
지난 토요일부터 좌르륵 열흘을 쉰다.
뭔 영문이지는 달력을 떠들쳐보지 않았으니 나도 모르겠다.
딱히 황금 연휴 아니라도 내겐 일년 열 두 달, 삼백 예순 다섯 날이 <다이아몬드 휴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옆지기는 아마도 그 기인 휴일에 신경이 쓰이나보다.
일요일은 물론 모처럼의 휴일도 주욱 일하러 나가서 한밤중에 들어오는 게 말이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할 게 너무 많다.
번호 붙여서 차근차근 줄을 세워야 할만큼 혼자 놀기의 내용도 다채롭고(?) 그 재미가 또한 여간 쏠쏠한 게 아닌데 옆지기 혼자서 무단한 책임감 느끼고 야단(?ㅎㅎ)인 게다
필경 그 미안함을 노래방으로 쬐끔 닦아보겠다는 의도렸다. 헛 험!
해서 둘이 노래방 갔다. (별 짓 다 한다 ㅋㅋ)
영판 생뚱맞다.
현해탄 건너면서 노래 경계선을 넘은 듯 싹 잊어먹고 마는 노래인데 말이다.
튀긴 연근을 얹은 야채 샐러드와 닭다리 튀김을 호기롭게 주문한 다음에
옆지기는 우롱차. 나는 커피를 뽑아온다. ㅋㅋㅋ
우롱차와 커피 안주로는 너무 호화판인데... 까짖 거 뭐... 우물쭈물...
일본 노래방에선 식사와 술도 가능하다.
하여간에 맹숭거리면서 우롱차와 커피에 취해서 기분을 낸다. 얼씨구.
오랫만에 노래방에 들어가면 당최 코드를 못맞추고, 목청보다 높거나 낮거나.. 에궁! 범벅이로군.
예전에 울 옆지기 목청은 참 고왔다.(ㅎㅎ)
변성기 지나지 않은 머스마처럼 맑고 이쁜 목청이더니만 요즘은 아이고, 여간 아니올시다다(?)
탱탱 녹 슨 양철때기 소리로 갈라지기도 한다. 크흐!
그보다 더 처참한 것은 가끔 음정 박자가 틀린다는 것. 오잉??
그 좋던 시창력마저 다 녹슬었다는 말?. ㅠㅠ
고물 보태자면 무지하게 구닥다리 노래만 안다는 것도 한몫으로 얹힌다.
하긴 이 바쁜 일 틈새기에 끼어서 언제 새 노래 익히고 새 가수나 탤런트에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만..
무리도 아니다.
일년 에 한 두 번 오사카에 있는 딸애가 집에 다니러 오면 함께 노래방을 가기도 하는데
그 현란한 노래 목록에 주눅부터 바싹 들고만다.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에 기분부터 오그라붙는 게다.
구성짐과 현란함의 차이는 단어 차보다 훨씬 훨씬 크더라니까.
하여간 나는 목소리의 키와 노래 키를 못맞춰서 낑낑거리고
옆지기는 묵은 노랫가락도 가끔 박자를 놓치면서 헤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웃지들 마시라.
곧 죽어도 축가를 맡아놓고 부르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건만은...쩝!
몇 년을 밖으로 떠돌다 돌아가면 한동안 극에 달하는 문화실조 현상에 아득해지곤 한다.
들락날락했더라도 그게 그렇다.
특히 노래.
몇 년의 공백은 그 속도가 어마어마해서 완전히 어리버리가 된다.
오늘 내 옆지기도 나를 향해 결정타를 날렸다.
무지하게 유명한 <조 아무개>가 가수냐 탤런트냐고 묻는 게다 글쎄.
허거덕!! 그 정도로 심각했어??
기함. 기절. 거품 물게 생겼다.
귀국 전에 맘 먹고 둘이서 최신 노래 특훈이라도 받아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쩝!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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