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생뚱 맞게

튀어라 콩깍지 2007. 5. 2. 01:01

옆지기가 나더러 느닷없이 노래방 가자한다.

"노래방??"

"응"

".... (저녁에 뭘 잘못 먹었나?? 갸웃~!.... 일에 치인 건가??) ...

 그...러지..뭐."

채비하고 나선다.

 

여긴 이름하여 <황금 연휴>다.

지난 토요일부터 좌르륵 열흘을 쉰다.

뭔 영문이지는 달력을 떠들쳐보지 않았으니 나도 모르겠다. 

딱히 황금 연휴 아니라도 내겐 일년 열 두 달, 삼백 예순 다섯 날이 <다이아몬드 휴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옆지기는 아마도 그 기인 휴일에 신경이 쓰이나보다.

일요일은 물론 모처럼의 휴일도 주욱 일하러 나가서 한밤중에 들어오는 게 말이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할 게 너무 많다.

번호 붙여서 차근차근 줄을 세워야 할만큼 혼자 놀기의 내용도 다채롭고(?) 그 재미가 또한 여간 쏠쏠한 게 아닌데 옆지기 혼자서 무단한 책임감 느끼고 야단(?ㅎㅎ)인 게다

 

필경 그 미안함을 노래방으로 쬐끔 닦아보겠다는 의도렸다. 헛 험!

 

해서 둘이 노래방 갔다. (별 짓 다 한다 ㅋㅋ)

영판 생뚱맞다.

현해탄 건너면서 노래 경계선을 넘은 듯 싹 잊어먹고 마는 노래인데 말이다. 

튀긴 연근을 얹은 야채 샐러드와 닭다리 튀김을 호기롭게 주문한 다음에

옆지기는 우롱차. 나는 커피를 뽑아온다. ㅋㅋㅋ

우롱차와 커피 안주로는 너무 호화판인데... 까짖 거 뭐... 우물쭈물...

 

일본 노래방에선 식사와 술도 가능하다.

하여간에 맹숭거리면서 우롱차와 커피에 취해서 기분을 낸다. 얼씨구.

 

오랫만에 노래방에 들어가면 당최 코드를 못맞추고, 목청보다 높거나 낮거나.. 에궁! 범벅이로군.

 

예전에 울 옆지기 목청은 참 고왔다.(ㅎㅎ)  

변성기 지나지 않은 머스마처럼 맑고 이쁜 목청이더니만 요즘은 아이고, 여간 아니올시다다(?)

탱탱 녹 슨 양철때기 소리로 갈라지기도 한다. 크흐!

그보다 더 처참한 것은 가끔 음정 박자가 틀린다는 것. 오잉??

그 좋던 시창력마저 다 녹슬었다는 말?. ㅠㅠ

고물 보태자면 무지하게 구닥다리 노래만 안다는 것도 한몫으로 얹힌다.

하긴 이 바쁜 일 틈새기에 끼어서 언제 새 노래 익히고 새 가수나 탤런트에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만..

무리도 아니다.

 

일년 에 한 두 번 오사카에 있는 딸애가 집에 다니러 오면 함께 노래방을 가기도 하는데

그 현란한 노래 목록에 주눅부터 바싹 들고만다.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에 기분부터 오그라붙는 게다.

구성짐과 현란함의 차이는 단어 차보다 훨씬 훨씬 크더라니까.

 

하여간 나는 목소리의 키와 노래 키를 못맞춰서 낑낑거리고

옆지기는 묵은 노랫가락도 가끔 박자를 놓치면서 헤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웃지들 마시라.

곧 죽어도 축가를 맡아놓고 부르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건만은...쩝!

 

몇 년을 밖으로 떠돌다 돌아가면 한동안 극에 달하는 문화실조 현상에 아득해지곤 한다.

들락날락했더라도 그게 그렇다.

특히 노래.

몇 년의 공백은 그 속도가 어마어마해서 완전히 어리버리가 된다.

오늘 내 옆지기도 나를 향해 결정타를 날렸다.  

무지하게 유명한 <조 아무개>가 가수냐 탤런트냐고 묻는 게다 글쎄.

허거덕!! 그 정도로 심각했어??

기함. 기절. 거품 물게 생겼다. 

 

귀국 전에 맘 먹고 둘이서 최신 노래 특훈이라도 받아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쩝!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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