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인연

튀어라 콩깍지 2008. 5. 7. 14:51

5월

묵은 옛기억들, 혹은 옛사람들을 들춰내는 계절인가봐

요 며칠

오래 연락없던 지인들의 방문이나 전화가 쏟아지는 게 아무래도 계절 탓이지...싶은 게야.

요 한 사나흘은 특히 그래

 

친구들...

선후배.

그리고 옛동료들...

눈 뜨면서부터 울랄라? 다들 갑자기 왠일들이야??

 의아할만큼 갑작스런 안부 인사가 줄을 잇더니

드디어 점심 먹다 태평양 건너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지.

지구를 한바퀴 돌고 잠시 잠잠...

 

압권은

"홍$$샘이 안부 전하래. &&"-문자

"뭐? 누구? 아니 왜 $$샘 안부를 &&가 전해??"

까마득 모르고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근무하다가

오늘 아침서야 두 사람 모두 나와 잘 아는 사이라는 걸 알게되었다는 전화.

그렇게 이미 오래 전에 서로 연결이 되어있었다는 걸 몰랐다고...세상 참 무섭다고, 죄 짓고 살면 안되겠다고...

그도 그럴 것이 그 두 사람은 동향도 아니고, 발령 전엔 서로 연고지가 가까웠던 것도 아니고,

모든 성장과 생활의 터가 스쳤던 적이 없으므로

당연히 어떤 연계도 없다고만 생각했을 법도 하지뭐.

 

$$샘은 내가 오사카에서 친하게 지내던 샘.

말씨도, 성격도, 생김도 서로 참 다르지만 생각이 닮아서 이런저런 속엣말을 나눌만큼 옴팍 친해졌던 샘.

아들들은 지금도 뻔질나게 연락하는 친구사이이고...

 

&&는 대학 동기.

우리 딸애와 &&의 아들이 같은 전공을 공부해서 더러 안부 겸 정보 교환 겸(?) 인사를 묻던 사이.

 

그렇게 나와 제법 튼튼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하면서 나란히 앉아있기를 몇 해가 지났다해서 상대를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 그럼.

생각해보면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닌가몰라.

 

어찌어찌 애기 나누던 끝에

"어? 내가 아는 사람과 비슷하네요??"

"그래요? "

"쬐끔 더 말해봐요"

"이러쿵 저러쿵..."

"그 사람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뭐 이렇게 되었던 모양이지뭐. 나 참.

나도 황당한데 한자리만 건너 뛰면 사돈네 팔촌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한국 땅의 생태가

얼마나 실감 났을꼬??

 

글 쓰다말고

느닷없이 나도

오래 연락 않던 후배에게 전화를 건다.

"잘있어요?"

"그럼요"

"애는요?"

"고만고만해요"

"아직도 그러고 있다는 얘기네??"

"네..."

"안와요?"

"갈께요. 언제 시간되나요?"

"온다하면 데꺽 시간 비워둘께요"

누가 들으면 도무지 암호를 외우는 것 같지만

몇달만에 소식을 물어도 고만 고만... 설명하지 않아도 퍼뜩 알아듣는... 여전한 사람들이 좋다.

 

잊고있던 사람들을 조금 더 찬찬히 챙겨봐야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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