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해바라기

튀어라 콩깍지 2008. 6. 27. 19:41

한의원 모퉁이에 키 큰 해바라기가 피었다.

담장을 훌쩍 넘겨버린 키...

 

아침

7시 30분

엄청 일찍 서둘렀다고 생각했는데......

한의원 진료 접수 창구 앞에서 입이 따악 벌어진다

아이고 오메!

할배 할매들께서 줄줄줄 나래비를 서 계시잖은가.

대체 이 병원은 몇시부터 진료 시작인겨???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야한단 말??? 에고메!!

...겨우 오전 진료의 맨 끄트머리 순번을 받는다. 아슬아슬... 휘유!

오후 손님은 죄다 이미 예약이 된 손님들로만 진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2, 3분만 늦었어도 다음 주로 또 넘길 판이었지.

아침 7시 반인데 말이다... (무시라!!!)

 

네 시간을 주구장창 기다릴 수 없어서 사무실 다녀오겠다며 문을 나서는데

그 참에야 들어선 할머니 한 분

오늘은 손님이 꽉 차서 진료 받을 수 없다는 간호원 말에 허얘지신다.

--"나는 첫차로 나왔단 말이요.. 어치께 잔 안되까라?? 우리 동네 첫 차는 그것배끼 없단말이요이..."

되느니 안되느니 실랑이를 들으며 사무실로 온다.

 

마음이 깨름하다.

면에서 첫차로 진료를 받겠다고 나오셨다는데...

꼬부랑 할마씨듬만...

 

한의원 문을 나서서 모퉁이 하나를 돌기도 전에 급히 한의원에 전화를 건다.

--" %%에서 오셨다는 그 할머니 저 대신 진료받게 해주세요.

      저는 다음 주로 예약 할께요"

아차차! 이제 막 나가셨단다.

고작 2, 3분 차이였을텐데...

 

삶에서 2, 3분이란 사실 너무 긴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 그 즉시 당장이 아니면 놓치는 게다.

핵 탄두 발사도 따지고 보면 버튼 하나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란 몇 초면 충분하지뭐.

 

에구,

그래도 완행 타고 읍내까지 나오셨다는 할머니를 헛걸음 치게 하다니...

그자리에서 양보해드리지 못한 게 내내 떫떠름이다.

 

그렇지만 나라는 인간은

아마도

다음 주로 미뤘더라면 아예 진료를 받지 않고 실렁실렁 넘겨버리고 말 게다.

참을만하다고 느낀 순간 병원은 바이바이~! 해버리는 습성...

 

정수리에 침을 꽂고

온몸에 골고루 바늘을 꽂고 누워있으려니 참 한심하다.

그러니까 골고루 종합병동인 모양인데...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여 일찍 나와버린 아침 시간...

주차장을 비잉 둘러서 해바라기 씨를 묻다

40cm 간격으로 열심히 묻었는데 한시간 반이 흘렀고

햇빛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어깨가 띠앗거린다.

 

내일 한 줄 더 심어야지.

선배가 건네 준 해바라기 씨앗 봉지는 아직도 하안참 두둑하게 배가 불러있다. 

일된 해바라기는 태풍 장마에 다 쓰러진다는 선배님 말씀만 듣고

아주 느지막히 심고 있는 건데...

 

커다란 주차장을 비잉 둘러 가득 해바라기가 핀다면......

겨우 한 줄 심어놓고서 꿈 높이는 무작정 하늘을 찌른다.

꿈이 넘치니

소피아 로렌이 주인공인 영화 <해바라기>의 배경이되는, 그 광대한 해바라기밭까지 줄달음친다.

 

싹이나 틀랑가...몰라...

 

마음 급하다고 씨눈도 트지 않은 씨앗을 확 잡아다녀 놓을 수도 없고... 쩝!

기다림에 취약한 콩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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