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기르는 냥이 두 녀석의 얘깁니다.
병원 데려갈 때 주로 이용하는 냥이용 외출 가방과
종이 박스 하나를 따로 따로 펼쳐서
푸근한 방석 깔고 자리를 마련했더랍니다.
나란히 산달이 된 엄마 냥이들-항아와 뽀미를 위해서죠.
몸집은 훨씬 크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기만한 항아와
부비고 앵기고 니양거리면서 온갖 애교를 다 떨어대는 뽀미
조용한 성격대로 항아녀석이 먼저 조용히 애기 냥이들을 떨궜습니다.
다섯마리 얼룩이들...
항아는 갓난 애기들을 꺼내가도 그저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 얼핏 보기에 무심해 뵈는 엄마랍니다.
엊저녁.. 딸애가 까르륵 깔깔 숨 넘어갑니다.
엄마 엄마! 뽀미 좀 봐요.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가 따로 없습니다.
왜????
들여다보니 세상에나!
그 좁은 항아네 산실에 떠억하니 뽀미가 모로 누워있네요.
항아네 애녀석들은
그렇잖아도 좁은 방에 웬 몸집 큰 어른이냐고, 아이구! 좁아라! 낑낑! 아우성인데
아랑곳 않는 뽀미.... 저 뻔뻔함!!
얌마! 원 세상에 거기 들어가고 자푸디? 언넝 나와!
잡아다녀도 제법 버팅깁니다.
허허 참. 얼척없는 애 좀 봐. 안나와? 까딱 애갱탱이들 깔아뭉개겠다 빨랑 나와.
안나와요.
그렇게 하루를 버티더니만 아이구메!
지 자식도 그 안에다 낳아놓습니다.
꼬물꼬물... 꼬물꼬물꼬물... 꼬물꼬물꼬물꼬물꼬물.....
애기 여덟, 엄마 둘... 자그마치 열마리가
흥부네 새끼들처럼 지지배배지지배배 칭얼거리니
허허 참... 대체 이게 뭔 일이람? 넓은 데 놔두고서 뭔 옹색이야??
눈을 부라려도 헹! 들은 체도 않습니다.
이틀 차이로 세상에 나온 여덟마리 애기 냥이들은
어차피 눈도 못 뜬 주제들이라 니 엄마 내 엄마 가림도 못하고
아무 녀석에게나 앵겨붙어 젖을 빱니다.
웃긴다 엄마 호호호. 웃겨 엄마 얘네들 좀 봐. 하하하
우리만 보기 아깝다며 셔터를 눌러대는 우리집 애 녀석들도
제 눈에 꼬물거리긴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아무래도 안되겠다 집을 넓혀주자.
뽀미네보다 식구가 많은 항아네를 이사 시킵니다.
어쩌면 고양이들도 제각의 성격이 그리 다를까요?.
항아는 지 자식을 요리조리 꼼꼼 숨깁니다.
저 조차도 항아의 비트를 찾아 몇날 동안 숨바꼭질로 해야 하지요.
뽀미녀석은 다릅니다.
꼭 침대 위를 산실로 선택하거든요. 떠억하니 제 눈 앞에다 애들을 낳아놓고
봐라... 내 자식들이야. 오호홍~!.. 뻐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내놓고 기르는 뽀미와 요리조리 물어다 숨기는 항아.
자라면서 애녀석들 가르치는 스타일도 제각각이지요.
놓아먹이지만 야무지게 가르치는 항아와
내놓고 기르는 듯 싶지만 사실은 조마조마 조바심치며 온통 싸고도는 뽀미.
새끼들 지키느라 침대 위에 먹이를 올려주지 않으면 아예 굶고 앉았는 녀석을 보면
자못 감동스럽기도 합니다.
달리기 벌레잡기 동작을 시범 보이고 이리저리 굴리면서 가정교육(?)을 한 다음
싹 몰고가서 숨어있게 하는 항아 역시 감탄스럽기는 마찬가집니다.
어쨌거나 두 녀석의 집을 따로 마련하여 떼어놓습니다.
이제 겨우 숨 좀 쉬겠네. 까딱하다간 어매들에게 애들 깔려 죽을 것 같드구만...
한시름 덜고 나온 게 아침인데
점심 참에
까르르 까르르... 전화가 웃습니다.
뽀미가 글쎄 지 자식들 다 물어다가 항아네로 이사를 했다네요.
항아네를 쫒아낸 게 그러니까 집을 욕심낸 게 아니었던가 보지요
이사간 항아네로 또 다시 빌붙은 걸 보니까요
커다란 박스를 구해다가
다세대 주택을 마련해줘야할 모양입니다.
항아는 젖꼭지가 넷 뿐입니다. 새끼가 다섯 이상이면 키우기 어렵지요
그러니 합가는 오히려 잘된 일이구나야. 하면서도
그것 참. 그것 참... 종내 갸웃거립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기로서니 공동육아를 한단 말이야? 냥이 주제에??
푸식푸식 웃음이 샙니다. 짜아식들!!!
항아가 두번 째 엄마가 되었을 때 젖꼭지 두 개가 떨어져나갔습니다.
엄마 닮아서 토실토실 튼실한 항아의 애기들이 그 씩씩한 기세로 빨아대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지요
끼잉 낑 아픈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때 되면 꼬박꼬박 젖을 물리던 모습도 숙연했더랍니다.
아이고 오메! 얼마나 아플꼬??
애기 냥이들을 떼어내며 쯧쯧쯧... 쯧쯧쯧... 애닳아 했더랬는데
이 녀석이 넷 뿐인 젖꼭지로 꼭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한 녀석은 새끼손가락만한 고양이용 젖병에 고양이용 분유를 풀어서 수유를 할 수밖에요.
젖 먹을 때마다 밀리는 녀석은 언제나 같은 녀석이어서 꼬들꼬들 말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따로 수유를 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고양이 젖병에 붙은 고양이용 인공 젖꼭지는 알량하기가 꼭 4B연필 심지 같습니다.
그마저도 딱딱하다고 제대로 빨지 못할 때면 주사 바늘을 뺀 주사기에 우유를 넣어서
조심조심 한방울씩 입에 넣어줘야만 애기 냥이가 죽지 않고 살아납니다.
연필 심지같은 젖꼭지에 알맞은 크기로 구멍을 뚫기도 예삿일이 아니랍니다.
너무 크면 애기 냥이가 재채기를 해대고, 너무 작으면 안나온다고 성깔을 부리거든요.
좌우당간 생명 붙은 어린 것들이란 죄다 그렇습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앙탈 부리는 건 타고 난다는 거 말이죠.
성깔 사나운 냥이가 되지 않게하려면 불에 달군 바늘로 요령지게 젖꼭지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잽싸게, 작은 구멍을 세 개 쯤 뿅! 뿅! 뿅! 적당한 크기로... 정교하게...
신중히...신.중.히...콕! 쑤셔야만 하는 거지요. 재빨리.
이번에도 다섯마리길래 미리서부터 고양이 젖꼭지 구멍 뚫을 마음의 준비를 갖췄더니만
아심찮게 뽀미가 항아네 애기의 유모를 자처하니
그것 참 고마운밖에요. 그것 참! 참!
지 자식 남의 자식 따로 구분하여 남는 젖을 물리는 것도 아니네요
그냥 마구잡이로 뒤섞여서 여덟마리 애기들은 아무 엄마에게나 코박고 배를 채웁니다.
누구의 자식이라도 일 없다... 엄마들도 역시 아무 애기들이나 두 팔로 담뿍 쓸어안고 눈 가늘어진다니까요.
에고! 기특해라!
이뻐라.
착해라.
장하구나야.
쓰다듬으면 니양! 냥! 골골골... 숨 넘어가도록 애교를 떠는 녀석들입니다.
목숨줄은 이렇듯 무심한 듯 모르는 듯 서로 상관 없어보이면서
실은 연면히 연결된 채로 큰 흐름을 이룸을 알겠습니다.
아주 평범하지만 아주 자주 잊히는 사실이지요
사람의 모습 또한 그렇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고 감이 상춧 잎 한장의 생성과 소멸처럼 시시하고 사소하면서
사실은 그것 자체로 전부인 삶 말이죠.
보냄을 아쉬워 않고, 맞이함도 덤덤할 일입니다.
기르는 사람과 길러짐을 당하는 짐승 사이의 교감을 짚어보며
가끔 오묘함을 느낍니다.
사람과의 관계보다 훨 나아 보이기도 하고... 개운하고, 집착 없고, 욕심도 없는 진솔함 때문이겠죠?
그저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목숨들이 눈물 겹습니다.
뿌듯하고,
덤덤하고
진득한 마음으로 이 모든 인연들로부터 온통 자유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훨훨... 날아오르는 가벼움을 꿈 꿀 때가 그렇지요.
생명이란 생명은 죄다 넉넉히 평화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