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창을 열면(남쪽인가?) 그날 바람 량을 안다
고요하던지 쒸잉 날리던지..
며칠동안 문을 열어도 미동이 없었다
공기의 흐름...
오늘도 무심히 열었더니만
쒸잉, 덜커덕덜커덕!
한지가 몇 장 날았다. 가볍게...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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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꼬부라진 할아버지가 의절한 채 십년을 넘긴 형제를 찾아가는 여행에 나섰다
눈도 안뵈고 다리도 불편해서 경운기로 집을 나선 지 몇 달.
길 위에서 만나는 숱한 사람들.
빠르게 지나쳐 가는 젊음들.
쫒기면서 무엇에 쫒기는 지도 알지 못하는 젊음.
어느 밤 야영을 함께 하게된 청년들에게
젊을 땐 늙게된다는 걸 꿈도 못꾼다 말한다
"늙어서 좋은 건?" 한 청년이 묻고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것, 그것들로부터 무연해지는 것" 대답한다
다른 청년이 "그럼 건강이 악화된 거 말고 늙어서 나쁜 건? 묻는다
"젊은 날을 기억하는 것!"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지난 날을 기억하는 게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내게 아픔일까? 기쁨일까?
할아버지 경운기는 동생 집에 찾아들고
어제 보고 또 보는 사람들처럼 요란한 반김이나 용서나 다툼,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조용히, 말없이, 문 앞 나무 계단에 나란히 앉아 별을 본다
어릴 적 늘 그랬던 것처럼 별조차 조용히 깜박인다
구차한 설명과 극적 구조가 빠지면 더욱 감동스럽다.
간결한 감동.
나도 오래비랑?
염라대왕이 부를 때 쯤?
쒸잉~!
바람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