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한 비닐 비비는 소리.
여섯살 쟁이들
무얼 하는 지도 모르면서
열중하여 쥐었다 놓고 다시 비벼보는 과자 봉지처럼.
꼭 그런 소리로. 지금.
바스락바스락
비
온다
마른 밤잎 위를 달리고 있는
들쥐 떼 소리...
<2>
바칸마쓰리 시작 일.
조선통신사 가장 행렬에 애녀석도 출연.
민단 부인회도 지지미를 부친다니
이참저참 슬렁거리고 나간다
무장 걷기가 싫어서
어떻게든 한걸음이라도 덜 걸어볼까고
길 옆에 차 세우자 꼬드겨도
끄떡 않고 민단까지 기어이 끌고가서
잠긴 대문 열쇠 따고 주차하는 고집불통. 꽉 막힌 인사.
공연히 비벼 본 내가 또 바위 치는 날달걀이지뭐.
여객터미널 앞을 지나고도 몇 번 길을 꺾어
뱅뱅 돌아온 카이쿄 멧세 광장
빗방울 들치고..
아랑곳 없이 무대를 방방 뛰는 가수들, 댄서들..
유카타 입은 어린 여자애들.
허리 뒤 노랑 리본이 청량제처럼 상큼해 뵈고
종이 뜰채로 금붕어를 건지는 꼬맹이들 뒷모습도 귀여워
색소 진한 막대 사탕이라도 물고싶어지는 흥청거림.
삐익~!
새된 소리 내지르고 도로록 말려들어가는 장난감 피리.
그 세련되지 못한 소리는 내 어릴 적이나 한가지.
볶은 메밀(야끼 소바), 제비뽑기. 꽃분홍 색고 얹은 얼음빙수..
빙그레 웃음짓게하는 옛 생각들
민단부인회 천막을 찾아드니
사방을 뱅 둘러 단 태극기 줄줄이.
한복 패션쇼 출연자들도 태극기 반갑다고 달려들고
예순 넘은 아줌마들도 부침개 일손 놓고 얼크러져서 기념. 찰칵!
김치, 고구마 줄기 나물, 얼음 물에 담근 깡맥주, 부추 부침개..
푸짐한 식단.
건너편 총련계 천막도 지지미 부치는 냄새
색동 어깨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들.
통신사 행렬이 잠시 쉬는 모습.
멋쟁이 시장님도 앞줄 행렬에 있다는 데
놓치고
그저 내 아들 찾느라 온 신경이 아들에게 집중!
찾았다!!
워메!! 뭔 콧수염에 턱수염까지???
아들놈 지 얼굴 가리느라 야단법석
"손 치워!"
남은 손도 올라가고
"여기 봐!"
뒤로 돌고..
카메라 디밀면 깜짝, 기겁, 초풍!!
부산 부시장님이 통신사로 납셨다는데
바퀴 붙은 가마에 올라앉아 연신 손 흔드는 모습이
맘씨 좋고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 같아.
여기저기 기웃.
사람 많은 곳 질색이어서
축제니 뭐니 일부러도 안가는데
시작 무렵에 후딱 들렸다 오니
아직 북새통 아니어서 좋고,
잠시동안은 흥그러운 느낌. 참 오랫만의...
사미센 소린 특별한 감흥 없지만
북춤은 늘 감동.
힘과 유연함과 질서 안에 거친 파격.
둥둥둥
머릿 속을 울리는 북소리 데불고
끄덕끄덕 집에오니
바스락
바스락
과자 봉지 쥐었다 펴는
저 소리
지금까지
줄곧
.
.
.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