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하이고! 그럼 그렇지

튀어라 콩깍지 2005. 8. 24. 21:58

내가 뭐 언제 아프다고 자리 펴고 길게 누워보길 했나뭐

암만 끙끙 앓아도

전화로 안부 묻는 딴 사람들에게

아무 일 없다고

다들 건강하다고

말만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아무 일 없는 듯이

다들 말짱 건강한 듯이

눈썹 하나 까딱 않는 우리집 인사

 

어차피 그럴 줄 아니

기냥 혼자 죽을 둥 살 둥 앓다가

천대 받으면 삶의 의지가 더욱 질겨진다는(?)

고래로부터의 진리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며

또 거뜬 일어나는 까닭에

신경을 쓰건 말건 나도 신경을 옴팍 꺼버리는 마당.

(본인이 들으면 펄쩍 억울하다 하겠지만... 이를테면.. ^.^)

 

요번엔 그마나

멀리 멀리 출장까지 간 탓에

티내고 참고 할 일도 없이

혼자 맘 껏, 느긋하게(?) 아프기만 하면 되었는데

딱!

아침에 출장지에서 출발하면서

도중 여기저기 들렀다 올 것이므로 늦는다는

전화가 걸려온 바로 그 순간에 

알맞춤.

목이 콱 잠겨서 목소리가 안나와.

예정에도 없이(?) 캑캑거렸더니만

좀 놀랜 눈치.

남편도 예상을 못했을 탓에,

게다가 집 비운 게 며칠 째 되는 탓에

그 조금 놀래주는 것이 어째 좀 신선하고 삼삼!! 기분 괜찮음!! 

 

오랫만에 걱정된 소릴 들으니

목소리가 더욱 반옥타브 낮춰지며

"올 때 약 좀......"

기어서라도 약 사러 갈 정황이 안된다는 듯

나도 참 오랫만에 다 죽어가는 소리를 냈건만

 

밤.

"오사카 들러서 누구 만나고, 누구 만나고...만나고...

저녁 먹고.

누구랑 같이

이제사 신간선을 탔다는 말.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 공중전화라는 말까지 야물게 덧붙이고는

끊기 직전에

"참, 약 못 샀어. 목소리가 아침보다 더 낫네"

 

무시기? 아니 이 인간!!

딸 만나고 오는 길만 아니라면

데꺽 달려오지 않은 괘씸 죄를 으앙! 물어주겠지만..

 

하이고!! 그럼 그렇지!

 

서랍 뒤져서 약 찾는다

어디 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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