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언제 아프다고 자리 펴고 길게 누워보길 했나뭐
암만 끙끙 앓아도
전화로 안부 묻는 딴 사람들에게
아무 일 없다고
다들 건강하다고
말만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아무 일 없는 듯이
다들 말짱 건강한 듯이
눈썹 하나 까딱 않는 우리집 인사
어차피 그럴 줄 아니
기냥 혼자 죽을 둥 살 둥 앓다가
천대 받으면 삶의 의지가 더욱 질겨진다는(?)
고래로부터의 진리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며
또 거뜬 일어나는 까닭에
신경을 쓰건 말건 나도 신경을 옴팍 꺼버리는 마당.
(본인이 들으면 펄쩍 억울하다 하겠지만... 이를테면.. ^.^)
요번엔 그마나
멀리 멀리 출장까지 간 탓에
티내고 참고 할 일도 없이
혼자 맘 껏, 느긋하게(?) 아프기만 하면 되었는데
딱!
아침에 출장지에서 출발하면서
도중 여기저기 들렀다 올 것이므로 늦는다는
전화가 걸려온 바로 그 순간에
알맞춤.
목이 콱 잠겨서 목소리가 안나와.
예정에도 없이(?) 캑캑거렸더니만
좀 놀랜 눈치.
남편도 예상을 못했을 탓에,
게다가 집 비운 게 며칠 째 되는 탓에
그 조금 놀래주는 것이 어째 좀 신선하고 삼삼!! 기분 괜찮음!!
오랫만에 걱정된 소릴 들으니
목소리가 더욱 반옥타브 낮춰지며
"올 때 약 좀......"
기어서라도 약 사러 갈 정황이 안된다는 듯
나도 참 오랫만에 다 죽어가는 소리를 냈건만
밤.
"오사카 들러서 누구 만나고, 누구 만나고...만나고...
저녁 먹고.
누구랑 같이
이제사 신간선을 탔다는 말.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 공중전화라는 말까지 야물게 덧붙이고는
끊기 직전에
"참, 약 못 샀어. 목소리가 아침보다 더 낫네"
무시기? 아니 이 인간!!
딸 만나고 오는 길만 아니라면
데꺽 달려오지 않은 괘씸 죄를 으앙! 물어주겠지만..
하이고!! 그럼 그렇지!
서랍 뒤져서 약 찾는다
어디 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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