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접촉 사고

튀어라 콩깍지 2005. 11. 19. 22:15

났다는 게 아니라 날 뻔 했다고오~~! ㅋㅋ

 

마트에서 왕창 시장 봐서 싣고 오는데

뻔히 보이는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차가

뭔 생각인지

그대로 밀고 나오잖여.

등골에 한기가 좌르르~~!

어찌나 시껍했는지

아직도 다리가 다 후둘거려.

 

우리집 오는 길이 얼마나 낡은 아스팔트인지

땜방을 하도 많이해서 아스팔트라 부르기에도 황송한 길이거든.

기어가도 차가 퉁, 퉁 튀어오르려하니

속도 좀 내면 까딱 뒤집힐거야

애시당초 제한 속도 50인 길인데 그보다 더 낼래야 낼 수도 없는 꼬불탕 길을

중간에 또 패트롤카가 버티고 있기도 하거든.

일본에서 교통경찰이 시내 길에 버티고 있다는 거.. 여간해서 보기 힘든 풍경이지. 

60 밟고 가던 차들이 가끔 잽혀서 길 옆으로 빠져나가는 거 보면

참 여지없는 동네다 싶어.

 

나는 빨간 딱지 붙이고 다녀야하는 왕초보 면허증이거든.

한국에서 몇년을 운전했건 말았건 인정을 안해준다잖아

오사카에서 운전했던 것도 무효.

시간이 많이 흘렀으므로...

국제 면허증을 받아오는 게 편할 뻔 했지

 

그렇다고 1년동안 빡간 딱지를 붙이라니...

말 안들었지.

해서 걸리면 혼나. 안걸려야 돼.

 

순간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때렸더니만,

아들놈 주려고 앞자리에 놓아둔 스시랑 사시미가 엎어졌어. 아이고. 

 

면상을 절반이나 길 위로 쑤욱 디밀고 있던 차는 그냥 그대로 있고

내가 돌아서 비켜왔지.

 

잠시 안봐도 그간 안녕하시냐 묻는 거

그거 아주 타당한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짐 받으러 나오는 아들놈이 눈물 나게 반가워서

아이고, 내 아들.

덥썩 손부터 잡으니 띨하게 바라봐.

'우리 엄마 맞아? 어디서 바뀐 거야?' 의심스런 눈초리.

 

엎어진 스시랑 사시미는 뒤죽박죽 처참하지만

와드드드 달려온 깜이를 또 꽈악, 아주 꽈악 보듬어줬지.

 

쬐끔 더 착하게 살아야겠어.

 

흠. 흠.

살아돌아온 기쁨을 혼자 자축.

(근데 기뻐하는 거 맞아? 통탄할 일은 아니고??

 어쨌든 다치면 아프잖아. 아픈 거 참으려면 괴롭잖아

 그러니까 축하해도 돼

 그렇군.) 

 

뚜껑도 안 딴 매실주 찾아들고 한 잔.

한 잔 말고 여러 잔...

(언제 잔 내려놓을 지 아직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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