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아이고, 애로와라. 컴터.

튀어라 콩깍지 2005. 11. 17. 11:50

여늬 때와 같이

깜이 세수 씻기고 눈에 약 넣어준 다음

노트붘을 연다

 

밤새 무고하셨는지

이웃 방들을 기웃기웃.

기척 없는 방에서 끼얏호! 인디언 춤이라도 출 작정으로

게시판 열고 군시렁.

워메! 뭔일여?

아무리 한글 변환을 시켜도 로마자만 다다다다 달음질을 친다

허 참.

 

그냥 괭이걸음으로 기웃거리기만 하려니

이번엔

화면 정지!!

응답없음!!

으이그, 이런....!!

오도가도 못하겠다

 

깜이가 무릎 위에 앉아 소리 없이 입만 "캬오!"한다

"왜? 놀아줘?"

쓰다듬으니 눈 게슴츠레 내리닫으며 갸르르르~~!

 

컴퓨터 끄고 아주 코드도 뽑고... 그래. 쉬어라. 쉬어.

 

커피물 올리고

딱 한 쪽 남은 식빵. 후라이팬에 눕히고

버섯 스프 풀어놓고...

마가린 바르고 블루베리 잼 얹고...

 

깜이가 바짓가랑이를 북북 긁는다

발톱 잘릴 뒤로는 벌벌벌 어깨 위까지 기어오르지 못하고

이렇게 바지 끝만 마구 긁어댄다

 

"얌마 나도 좀 먹고 살자.

  내가 언제 니 밥 뺏어먹든? 

  너도 나 좀 가만 놔둬 응? 응?"

하면서도

에잇! 선심이다.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 귀퉁이를 뚝 떼준다   

 

토스터에 구우면 거죽만 살짝 구워지다 말기 때문에

깊게, 은근히, 바삭하게 구우려고 나는 늘 식빵을 후라이팬에 납작 자빠뜨린다.

마가린 발라서 한 번 더 구워주면... 흠. 흠.

그런데 늘상 냄새 맡은 깜이녀석이 먼저 달겨들어서

우아하게 드시지 못하고(?) 꼿꼿이 선 채로 우겨넣는 풍경이 매일 연출된다.

 

두 쪽이나 떼준다. 맘이 약해서 탈이다.

방금 전에 깜이녀석 지 먹이는 먹이대로 먹고 배가 출렁거릴 지경이구만은... 군시렁!

 

다시 코드 꼽고 컴퓨터를 켠다.

휘유!

큰 날숨으로 숨을 고르고

기를 모아 첫 키를 누른다.

댓글 두 개 달고

세번 째

휘릭!

화면이 맹탕이 되면서

"죄송합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웜멤메!

진짜 시스템에 문제 생기려 하네. 끙끙.

 

깜이가 뺀히 올려다본다.

 

끄고, 코드 뽑고.. (코드 뽑아 식히면 정상 작동이 잘 되므로)

그 참에 빨래 넌다.

와락 달겨드는 공기가 써늘하다.

베고니아 꽃이 아직 흐드러진채로인데...

 

어디 볼링장이라도 갈까??

궁리하다가 다시 한 번..

컴퓨터를 켠다.

한글 변환.. 변환...

이얏호!!

된다 돼.

 

가끔 한 번 씩

골탕을 먹이려 드는 이놈.

컴퓨터... 애롭다 애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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