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한 겨울에 여름 이불??

튀어라 콩깍지 2005. 12. 24. 19:56

늦가을 날씨 쯤 한국에 나갔다가

겨울 복판에 눈 폭격을 요리조리 피해 들어와서는

그날로 삭신 아프다고 뒤집어 쓰고 에구에구 끄응 누워버리니

누가 뭘 덮는지

호청 한자락이라도 뜯기지 않았는지

살피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다가

쪼매 숨 쉴만하고

열도 가시고

컹컹거리는 기침도 캑캑거리는 정도로 잦아드니

여름 홑이불을 감고 자는

우리집 남정네 모습이 비로소 뵌다.

 

자리 털고 일어 난 오늘은

작정하고 이불 사러 앞으로 갓!!.

압사당할 것 같은 무거움은 여영 질색이라 오리털을 고른다.

잔량이 두 개 있어서 반액보다 싸다는 세일장에서

잔잔하고 소박한 무늬로...

 

'여우같은 이 위인들!'

나도 모르게 또 감탄하는 건

얇은 두 장의 이불을 호크 채워서 추운날 두껍게 쓰다가

날씨 풀리면 두장으로 분리해서 쓸 수 있도록 만든 디자인.

 

방학 때 딸애 오면 냅다 분리시켜서 덮게 할 요량까지 계산에 넣으니 고것 참 쏠쏠!!

내친 김에 캐시미어 담요까지???

근데 시방 요것이 동그라미가 몇 개라냐??

웜멤메!!

뭣이 이렇고롬 비싸? 냅둬 냅둬.

슬그머니 밀쳐두고 나오니

얇보들한 캐시미어의 감촉.

찰거머리처럼 손끝에 남는다.

딸년에게 한 장 사 보내? 말어?

감기는 안걸렸나 몰라.

아들놈 방도 송신나게 춥드만

한 장 감아줘? 냅둬?

자꾸 돌아보면서 그냥 꺼떡거리고 돌아오니

어째 방이 더 추운 것도 같고 휑~~!!

 

아서라. 관둬라.

욕심 접으면

단번에

넉넉함보다 쪼매 부족함이

삶을 탱탱하게 한다는,

일상의 지혜가 확 뚫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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