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날씨 쯤 한국에 나갔다가
겨울 복판에 눈 폭격을 요리조리 피해 들어와서는
그날로 삭신 아프다고 뒤집어 쓰고 에구에구 끄응 누워버리니
누가 뭘 덮는지
호청 한자락이라도 뜯기지 않았는지
살피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다가
쪼매 숨 쉴만하고
열도 가시고
컹컹거리는 기침도 캑캑거리는 정도로 잦아드니
여름 홑이불을 감고 자는
우리집 남정네 모습이 비로소 뵌다.
자리 털고 일어 난 오늘은
작정하고 이불 사러 앞으로 갓!!.
압사당할 것 같은 무거움은 여영 질색이라 오리털을 고른다.
잔량이 두 개 있어서 반액보다 싸다는 세일장에서
잔잔하고 소박한 무늬로...
'여우같은 이 위인들!'
나도 모르게 또 감탄하는 건
얇은 두 장의 이불을 호크 채워서 추운날 두껍게 쓰다가
날씨 풀리면 두장으로 분리해서 쓸 수 있도록 만든 디자인.
방학 때 딸애 오면 냅다 분리시켜서 덮게 할 요량까지 계산에 넣으니 고것 참 쏠쏠!!
내친 김에 캐시미어 담요까지???
근데 시방 요것이 동그라미가 몇 개라냐??
웜멤메!!
뭣이 이렇고롬 비싸? 냅둬 냅둬.
슬그머니 밀쳐두고 나오니
얇보들한 캐시미어의 감촉.
찰거머리처럼 손끝에 남는다.
딸년에게 한 장 사 보내? 말어?
감기는 안걸렸나 몰라.
아들놈 방도 송신나게 춥드만
한 장 감아줘? 냅둬?
자꾸 돌아보면서 그냥 꺼떡거리고 돌아오니
어째 방이 더 추운 것도 같고 휑~~!!
아서라. 관둬라.
욕심 접으면
단번에
넉넉함보다 쪼매 부족함이
삶을 탱탱하게 한다는,
일상의 지혜가 확 뚫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