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쳐입고서
신년 인사를 갔지
옛, 영사관 근무 시절 상사분.
어찌나 후배들을 잘 챙겨주시는 지,
정말 마음으로 감사가 우러나는
참 드문 상사.
어쩌다 보니 오사카에서 가까웠던 세 집 식구들
각자 살 터를 옮겨다니다 다시 후쿠오카 언저리로 모여든 인연들.
반가움 나누고
나눔이 확대되니
"다음 코스는 우리 집!!"
한 사람이 외쳤고
"그래 좋아 그 집!!"
또 한 사람이 따라했고
그 다음엔 우루루~~!
예정도 계획도 없이 무작정 우루루 몰려들 가서
그 집에서 밤을 세우고
남편들은 방에서
아내들은 식탁에서
애들은 컴퓨터 앞에서
새벽에 되도록 도란거리며 얘기 나누고
가장 먼저 잠들었다는 팀이 세시 반
혹은 네시반, 혹은 다섯시
괭이 잠만 붙이다 말고
일어나 간단히 아침 식사 후에 온천.
자그마한 온천인데
역시 자그마한 노천탕 옆의 초 미니 사우나.
온천도 중독이라는데...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아직 눈 쌓인 마을길도 지나
산 하나를 넘어서
야시장처럼 커다란 천 막 안의 간이 식당에서
따뜻한 손 순두부와 쑥 모찌, 주먹만한 무를 놓은 오뎅으로 점심.
다시 영사님 댁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나눠마시고
돌아오는 고속도로.
실실 쏟아지는 잠
이런 우루루식 모임은
일본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터.
더구나 남의 집에, 느닷없이 몰려간다는 것.
그러니까 순 한국식 정월 모임이었음.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모처럼 모양을 내다가
돌아오는 길은 맨 발.
저녁에 곧 돌아올 줄 알고 팔랑거리고 갔다가 밤을 지샜으니 그럴밖에.
온천엔 스타킹을 파는 곳도 없었고.
내 맨발 덮자고 슈퍼 앞에 차들을 조로록 세울 수는 없는 일.
연중 행사로 입은(?) 치마였걸랑.
그렇지만 역시
좋은 사람이
어떤 재화보다도 값진,
평생 재산이라는 것.
실감하는 날들.
돌아오니
새로 생긴 치솔들만 알록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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