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뭔가 아쉬운 듯 거실에서 얼쩡얼쩡
필경 입이 심심하다는 표현이렷다
호떡 해줄까?
유난히 입 짧은 녀석도
내 호떡은 싫다않고 꺼떡꺼떡 잘 먹곤해서
그렇잖아도 아까참부터 반죽을 해둬?? 망설이다 그냥 있던 차.
대번 고개를 끄덕이길래.
아이고, 생각 났을 때 반죽 해 둘 걸.
잠시 후회 하면서
달걀 하나, 밀가루 한 컵, 설탕 쬐끔, 계피가루 쬐끔 떨어뜨리고
부드러워지라고 이스트를 넣는다
랩 씌워서 발효시켜야하는데 맘이 급하다
언제 한 시간을 기다려?
아들보다도 내가 참을성이 없어서 에라!! 렌지에 넣고 돌린다. 지잉!!
돌아가는 새에 흑설탕에 계피 섞고 블루베리 봉지 채 털어넣고
깨와 잣을 갈아 섞어서 쏘를 넉넉히 만든다
그리고는
따뜻해진 반죽 꺼내서 호떡 모양을 만드려니
에고메!
뜨거워진 그릇에 붙은 반죽이 익었다. 글쎄. ㅋㅋ
익지 않은 부분을 요리조리 떼어내서
마아가린 두르고 익혀낸 호떡
애녀석이 활짝 핀 얼굴로 뚝 베어먹더니만
"건빵도 넣었어?"
"뭔 건빵?? 아하~! 그거. 밀가루가 미리 익어서... 요러쿵저러쿵!!
그러니까 아들아.
암만 급해도 행여 질러가지 말어. 꼭 탈 붙는겨. 흐흐"
"앗 뜨과!"
"아고 야, 야, 국물 흘러나와. 입 데일려고..
좀 천천히 불어감서 묵거라와. 녹은 설탕물에 데이면 얼척없어야."
"근데 엄마 여기 또 뭐뭐 넣었어?"
"으째? 맛있제? 맛있제??
으음, 그러니까.. 계피, 흑설탕, 잣, 깨, 블루베리, 달걀, 우유, 이스트, 밀가루..."
"원래 그렇게 만들어?"
"아니 이건 특제거든.
내 아들 맛있게 먹어라고.. 몸에 좋은 걸루다가.."
말하다 흘깃보니 아니 이런 고연 놈을 다 봤나??
실렁실렁 입 밖으로 골라내는 블루베리.
"너 시방 뭐하는겨??"
"이거 시큼하고 맛이 좀 이상해"
"맛있어라고 넣은 거여. 그거. 맛나게 묵어~!"
먹는 시늉만 열심히 하던 아들놈 잠시 후에 보니 접시 채 렌지 옆에 밀어뒀다.
'따뜻할 때 먹지...' 우물거리며
덥석!
깨무는데 콱! 돌맹이 씹히는 감촉.
'워메! 이기 뭔 사건인겨??'
맙소사!
뱉어낸 건,
내 부러진 이빨 쪼각!
오늘 아무래도 운세 사나운 날인겨. 필경.
호물호물!! 쩝!!
'콩기름(수선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옷깃만 스쳐도.. (0) | 2006.01.12 |
---|---|
흐흣! (0) | 2006.01.11 |
<在日>이라는 것 (0) | 2006.01.10 |
또 튀었다...대략 난감!! (0) | 2006.01.09 |
언젠가 패스트 푸드 점에서 (0) | 2006.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