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서
가까워지거나 웬수가 되거나 데면데면 겨우 아는 체나 하거나..
어떤 쪽에 속하더라도
더러 차암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입맛과 취향이란 게 살아가는 내용과 질을 결정하는 주춧대가 되다니...
가장 가깝다는 옛 동료는
생각해보면 겨우 1년. 같이 근무했을 뿐이다. 겨우 1년.
엇비슴히 마주 바라보며 앉은 것도 순전히 우연이지뭐.
같은 학년 담임은 아니었지만 같은 과였기 때문에 더러 회식을 함께하고
잊을만하면 겨우 한 번 가는 곳이라해도 어쨌건
볼링이라거나 노래방 같은 곳도 함께 가고
그러면서 깔깔거리는 웃음을 공유하고..
해외 파견되는 남편 따라 나올 때마다
통장이며 도장이며를 몽땅 맡겨도 되는... 그런 사이.
집까지..
나는 딸 많은 그집의 또 하나 가짜 딸이 되어
김장하면 김장 김치, 된장 담구면 된장, 고추장 만들면 고추장,
멸치젓갈, 토하젓갈, 떡국, 호박죽, 동짓죽까지
철따라 때맞춰 몽땅 들어다 먹는다.
"뭐 더 필요한 거 없으세요??"
잠깐 다니러 가면
고향에서 부산 국제선 터미널까지 거리가 얼만데
기어이 차로 태워다주면서
이미 박스 박스 꾸려준 짐 말고도 뭘 더 싸줄까 묻고 궁리하는 후배선생님.
"아이구 없어. 뭐 많이 싸지 말라니까 또 이 모양이네. 하여간에 자기는..."
고맙다는 말 대신 타박이나 왕창 놓으면서
"아, 뭐하러 자꾸 부산까지 따라와?? 그냥 버스 타고 간다니까"
야단까지 치면서
"밤나 아프다 말고 건강이나 잘 챙겨.
나중에 우리 메누리 애프터서비스 해줘얄 거 아녀!!"
어른들끼리 장난 삼아 미리 찜해둔 양쪽 집 아들과 딸을 걸고 키들거린다.
그집 안팎이 다 내게 있어, 귀하고 과분하고 소중하다.
한 번도 같이 근무한 적도 없으면서
알음알음 더러 지나치다가
홈빡 가까워져서
마치 사이좋은 친언니나 동생처럼
챙기고 안부 묻고 여행 같이 다니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서로 알지 못할 땐 누구랑 어울리면서 살았지?? 싶을만큼
찰떡으로 붙어다니는..
가까이 지내는 후배 남샘이나 선배 남샘이나
꼭 같이 근무하고 섞여서 공유한 웃음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다른 친구도 그렇다
이를테면 발령다니다가
우연히 세번 씩이나 같은 시기에, 같은 학교로 부임하게된 동갑내기 여선생님
지금도 꼬박 존댓말 쓰고
줄창 같은 지역에 살아도 따로 약속하여 만나는 일 한 번 없이
마주치면 꼬박 고개 숙여 인사하고
꼬박 꼬박 그렇게
마음을 덮어둔다. 꽁꽁.
10년 이상을 같이 살았다는 얘긴데도 그 모양이다. 서로.
안봐도 전혀 생각안난다. 전혀.
얘기하려는 건 역시 동갑내기 다른 친구.
함께 근무한지 서너달도 지나지 않아서 너냐 나다. 절로 말부터 확 내려가고.
공식 석상 아니면 이름 부르기도 예사고
척하면 척!!
하고싶어하는 말들도 금새 눈치채고 이해하는 사이,
니가 설령 못된 짓을 해도 나는 네 편!
마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한 통속인 사람들.
그러니 못보면 애서롭다. 보고싶다.
순전히
취향이다.
마음이다
생각인 게다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지나는 인연들.
무심하면,
그저 그 뿐.
마음 열면 만남의 횟수와도 상관없이
늘상 덮고자는 이불처럼
마냥 편하고 귀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을...
블로그도 그렇다
무심하면 그 뿐.
마음 쓰이면 오래 묵은 친구라도 된 듯
궁금하고 가깝고 편안한...
그것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