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폭설 쌓이다가
갑자기 따뜻해지고
폭우가 내려
이젠 눈사태로 사람들이 또 죽었다는 뉴스
하늘은
누구 말처럼
며칠 밥 못 먹은 시어머니 인상이라더니
우중충하고 어두운 표정.
오래 전에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학교에
버스 출 퇴근 할 때
이른 직행 버스에 올라앉아 밖을 내다보는데
내가 탄 차와 나란히 뒤로 빠지던 완행.
방향을 틀어나가려는 참에
출구에서 튀어나온 어느 초등학교 여선생님
긴 플레어 스커트가 바퀴에 감겨드는가싶자마자
바닥에 내동이쳐지던 모습.
나란히 뒤로 빠지던, 내가 탄 차도 그대로 움직이질 못하고
고작 3~4m 옆에서 낱낱이 내다보던 사람들의
비명도 안나오는 굳음. 얼어붙음.
그리고 전신을 훑는, 소리없이 날카로운 소름.
그때야 그 차 운전수 알아차리고
뛰어내려와 옆구리에 깎지 끼고 번쩍 일으켜세우니
얼굴 반쪽이...
업고 달려가는 거 보고서도 정류장 안이나 밖이나 다른 버스들 죄다
얼어붙어서 한동안 움직일 줄을 모르던...
돌도 안된 아들 남기고
유명을 달리한 그 초등 여선생님을 목격하고
허옇게 질려서 출근하니
동료들 어디 아프냐? 얼굴이 왜 그러냐? 마구 묻는데
대답고 안나오고, 대답하기도 싫고..
내 옆자리에 앉았던 남선생님이 자초지종 설명을 해서
모두들 침울해 하던 기억.
그런데
점심 때 되니 배가고프더라니. 글쎄.
빨간 국물 담긴 깍두기만 안보이게 밀쳐두고
고개 푸욱 숙인 채 밥을
먹었어 글쎄.
들어가더라.
밥 먹는 자리에서 누가 조금 징그러운 동물 얘기만 해도
밥맛이 뚝 떨어지는 비윗장인데도
지척에서 범벅이 되어 죽어버린 여자의 얼굴을 보고서도
밥이 넘어가더라니까. 글쎄.
어제
투신 자살한 은사님의 기사
인터넷을 떠도는 데
나 오늘 밥 챙겨 먹었어.
때를 넘기긴 했어도
배가
고프잖아. 글쎄.
배 부르니
이제 또
눈물 나는구만.
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