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날아든 메일.
염력이 강력하게 작동을 한 건지
그 친구에게 보낼 이런저런 것들을 상자에 꽁그려넣고
주소를 쓰려는 참인데
창비 구독 신청을 해주겠다면서 내 주소 메일로 보내라니..
창비는
큰 애 낳고 몸조리하라고 뜨건 방에 넣어두니
엎드려 누워서 읽던 거 아니라고... 그 바람에 어깨 결림증이 생겼는데뭘.
이후로 정기구독한 세월이 20년인가봐 글쎄.
그러던 걸 여기 들어오면서 잠시 끊은 것.
큰애 작은 애도 창비 아동문고를 읽고 자랐으니
우리 식구 머리속 재정비에 짭짭한 역할을 하던 창비 출판물들.
물 건너면 읽을거리가 없다는 게 사실 당황스러운 일이기도 했지. 예전엔..
지금이야 인터넷에서 다운 받고, 홈페이지 들어가서 얼마든지 찾아읽을 수 있지만
(블로그엔 또 전문 글쟁이보다 상큼하고 깊이있게 씌인 글이 얼마나 많은데..)
처음 외국 나왔을 땐
유학생 방에 있는 딱 한 대 컴퓨터도 다룰 줄 모르니 그림의 떡이었고
어디서 신문쪼가리만 보여도 읽고 읽고 또 읽고... 구겨질까봐 반듯하게 펴놓고...
마음 허심거리면서 허둥거려질 때면 많이 아쉽던 읽을거리들..
국내에선 언제나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책이 있었으니
책이 아쉽다는 걸 통 알지 못했는데..
한번씩 다니러 갈 때마다 미리 박스로 사 부쳐놓고 들어오는 책들도
디립다 들여다보면 얼마 못가니
친구들이, 옛동료들이 불쑥불쑥 보내주는 책들이 반가울밖에..
(주변에 국어샘 친구들이 많다는 것도 한몫 톡톡히 하는 거지.
독서반 지도하듯이 차근차근 골라보내니까..ㅎㅎ)
친구에게 보낼 소포 묶고
또박또박 주소 써넣고
마음도 개켜 넣고...
이렇게 저렇게 여러 모양새들로
모두가 서로를 지탱하고 위로하면서 함께 가는 거구나..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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