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아들넘 보내고나니

튀어라 콩깍지 2006. 3. 28. 16:10

무슨 눈물의 애간장 끓는 생이별도 아니고

고3이란 것도 싹 잊어버리고

수학여행을

룰루랄라 신바람 나게 떠난 아들

것도 하와이로..

원래 일본 사람들 특성이기도 하지만

뭔넘의 여행 준비를 한 달 훨씬 전부터 시켜대서 찐이 빠질 지경이 되어서야

드디어 바퀴가방 끌고 나간다

 

출발 시각이 오늘 오후 3시인데

도착하면 오늘 오전 아홉시라니 허.허.참.

-"그러니까 타임 머신을 타는 거구나?"

-"헤에~!"..... 하더니만...

 

비 떨어지고 추워진 날씨.

얇은 티에 손뼘만한 접는 우산만 들고

겉옷 하나만 더 걸쳐라 사정하고 협박해도 꿋꿋이 고개를 흔든 채

가비얍게 바이바이를 흔들고 나가는데

 

보내놓고 나니

훼엥~~!!!

사방이 헐거워진 느낌.

 

있어도 토옹 말소리 듣기도 힘든넘인데

그래도 저 쪽 방에 아들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던 모양.

 

발치에 바싹 따라붙으며 에옹! 니양! 목청껏 울어대던 깜이도

기운따가리 없이 내 무릎 아래만 맴돌면서

꼬옥 몸뚱이 일부를 내게 붙이고 앉아서 자다가 깨다가... 되풀이하고..

 

엊저녁

몸뚱이 아파서 가방 챙기는 것도 안봐줬는데 빠진 건 없는지.

들고나가는 거 보니 그래도 가방이 빵빵 채워졌던데 뭘 넣었는지..

 

놀 땐 정신을 쏘옥 빼고 놀아라. 왕창.

일 할 땐 그 일에 넋을 놓고

공부도 그렇게 해라.

아낌없이 태워라.

한번 뿐인 생을 불완전 연소로 소모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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